총 게임 접속 이력을 신앙심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검찰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진정성 확인을 위해 ‘총 게임’ 접속 이력을 확인한다고 밝히자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군인권센터에선 "게임과 현실을 동일시해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반면 “게임도 개인의 양심을 반영하는 활동”이라고 맞서는 찬성 측 의견도 많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0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제주지역 종교적 병역거부자 12명에 대해 ‘1인칭 총쏘기 게임(FPS. First-Person Shooter)’ 접속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FPS 게임은 총을 잡고 있는 캐릭터를 사용자가 자신의 시각에서 조종하며 사격하는 게임이다.
검찰이 FPS 게임 접속 이력을 확인하는 이유는 종교적 병역거부자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주장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종교적 병역거부자 주장의 정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0가지 판단지침을 배포했다. FPS 게임 접속 이력은 한 지침의 특정 사례로 포함됐다. 집총을 거부하는 병역 거부자들이 1인칭 시점에서 총을 쏘는 게임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신을 ‘군필 불교신자’라고 소개한 직장인 장현진(27)씨는 “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살생엔 절대 반대하지만 게임이란 가상현실에선 죄책감 없이 매일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검찰 기준에 따르면 나도 불교적 신앙심이 약한 사람인 것이냐”며 판단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이현우(24)씨도 “FPS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집총 외에도 긴박감, 음향, 타인과의 소통 등 수많은 요인이 있다”며 “다른 모든 요인을 무시하고 게임을 토대로 현실 세계에서의 신념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FPS게임 접속 여부를 양심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게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직장인 이지현(29)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인과 집총을 싫어하지만 묵묵히 군대에 간다”며 “모두가 수행하는 병역을 거부할 만큼 종교적 신념이 크다면 FPS 게임도 안 해야 당위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김모씨는 “명문화돼있지는 않지만 교단 내부적으로도 살인 게임을 되도록 하지 말라는 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념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