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공들인 신약, 美 임상 곧 마무리…'바이오神話' 부푼 꿈

입력 2019-01-09 17:53
2019 바이오스타 (1) 바이로메드

국내 최초 학내 벤처로 출발…VM202-DPN 美 임상 3상
6월께에는 최종 결과 나와…이르면 내년 FDA 판매 허가

미국 시장에 제품 출시되면 연간 최대 매출 18조원 기대
당뇨병 궤양 신약도 임상 3상


[ 임유 기자 ]
지난해 바이오벤처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로 시장을 달궜다. 올해도 바이오벤처들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이 막바지에 왔거나 중요한 임상 결과를 앞둔 바이오벤처가 한둘이 아니다. 바이오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올해 바이오산업을 이끌 기대주들을 소개한다.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로메드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바이오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신약 ‘VM202-DPN’의 미국 임상 3상 결과가 오는 6월께 나오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 가능성도 점쳐진다. 세계 1위 바이오 기업 암젠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1996년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가 연구원 2명과 회사를 세운 지 23년 만에 낸 성과다. 국내 바이오 벤처가 연구개발부터 상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최초의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최초 학내 벤처기업

김 대표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장 시절에 쌓은 유전자치료제 관련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했다. 국내 최초의 학내 벤처기업이었다. 처음엔 독자적인 유전자 전달 기술인 ‘pCK 벡터’를 국내 제약사에 이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도전하기 두렵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거절당했다. 이 기술을 사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 김 대표가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VM202-DPN의 기초 물질은 2000년 개발됐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09년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신약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 연구개발총괄 사장을 맡았다. 회사 경영은 삼성물산 출신인 김용수 전 대표에게 넘겼다. 2014년 미국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2주 간격으로 2번 주사하면 9개월 동안 통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손상된 말초신경이 회복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FDA는 VM202-DPN을 허가 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로 지정해 이 신약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美 출시 땐 매출 최대 18조원

바이로메드는 VM202-DPN의 미국 시장 진출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에 출시하면 연간 최대 18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로 인해 말초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세포가 손상돼 엄청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당뇨 환자의 30~50%가 이 병을 앓는다. 미국 내 당뇨 환자는 약 3000만 명에 달한다.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7월 미국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정년이 2년밖에 남지 않는 교수직을 버리고 대표를 다시 맡았다. 그는 “임상 3상 마무리, 미국 생산시설 가동, 판매허가 신청 및 승인 등 앞으로 남은 일정을 수행하는 데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VM202-DPN의 상업화 준비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에 유전자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인력도 충원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한 대가를 제시하면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며 “판매 허가를 받으면 다국적 제약사에 판권을 넘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목표는 미국 시장”

바이로메드의 시선은 항상 미국 시장을 향해 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도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RMAT 지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2017년 승인받은 루게릭병 치료제의 미국 임상 2상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 VM202-DPN 임상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1년께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4건을 시작한다. 미국에서 3건, 국내에서 1건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형암, 허혈성 신경질환, 신경성 근육질환, 루게릭병이 대상이다. 김 대표는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에 있다”며 “앞으로도 대부분의 임상을 미국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