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위기를 기회로 - 창업 기업인의 꿈과 도전
수직계열화 구축한 MDM
판교·위례 등 24개 사업 모두 성공
[ 양길성 기자 ] ‘분양대행부터 개발·신탁·자산운용까지.’ 엠디엠(MDM)은 21년간 수없이 변신을 거듭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MDM은 그새 연 매출 1조6150억원(2018년 추정)에 직원 375명, 계열사 8곳을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첫 시작은 분양대행이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건설사들은 변변한 실적도 없는 MDM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문주현 MDM 회장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을 찾아갔다. 분양뿐 아니라 상품 기획·구성, 마케팅까지 ‘종합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생소하던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호텔식 오피스텔’을 제시했다. 그해 청약은 ‘대박’이 났다. 회사 설립 10년째인 2007년 MDM은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어 경기 판교·위례, 서울 상암 등에서 24개 개발 사업을 성공시켰다.
MDM은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땅에 주목했다. 대신 그곳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었다.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친 2009년 경기도시공사가 토지리턴제 조건을 내걸고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 부지 매각에 나섰다. 10년째 팔리지 않던 땅을 문 회장이 인수했다.
문 회장은 은행을 찾아가 경기도시공사의 토지리턴제 조건이 달린 매매계약서를 들고 돈을 빌렸다. 부지 매입비 조달에 부담을 느껴 외면했던 경쟁 업체들은 문 회장 아이디어에 땅을 쳤다. 문 회장은 “돈이 없어 사업 못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며 “아이디어와 전략이 없을 뿐 돈은 은행에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금융업에 눈을 돌렸다. 금융 공기업이던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했다. 경쟁 상대로 하나은행이 참여하면서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MDM은 매입에 성공했다. 서울 역삼동 카이트타워 인수전에선 금융 대기업과 맞붙어 이겼다. 도전정신과 간절함의 결과물이었다.
이후 2012년 여신전문 금융회사인 한국자산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금융업으로 발을 넓혔다. 부동산 개발·신탁·리츠·캐피털·자산운용을 수직계열화한 국내 최초의 종합부동산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문 회장은 “‘구멍은 큰 송곳이 아니라 얇고 뾰족한 송곳이 뚫는다’는 말이 있다”며 “경쟁력과 아이디어는 돈과 규모를 이긴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