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은행·마트·버스까지…대한민국은 '파업과 전쟁' 중

입력 2019-01-09 17:00
수정 2019-01-09 17:01


19년 만에 KB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 가운데 경기지역 8개 버스회사 노조도 10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홈플러스 노조까지 임금협상 투쟁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택시파업에다 은행, 버스, 마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온통 파업 중이다.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산하 8개 버스회사 노조와 사측은 노동쟁의 조정만료일인 9일 오후 4시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중재로 총파업(10일)을 앞두고 마지막 조정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회의까지 결렬될 경우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일부 광역버스 노선을 포함한 시내·외 버스 1900여대 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

노조 측은 오는 7월부터 버스업계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 이에 따라 줄어드는 근무시간을 반영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준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최저시급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앞선 8일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은행 측은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해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의 문을 열고, 거점점포 411곳을 운영하는 등 정상영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파업을 종료하고, 이번 파업이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직급별 호봉상한제(페이밴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늘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친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은행 고객 10명 중 9명이 ATM과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까닭에 과거 2000년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당시와 같은 혼란은 없었다.

지난달엔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반대를 외치려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택시기사 12만여 명이 모였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는 12월20일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서민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카오 등의 카풀 앱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정부가 철저한 단속과 규제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국회가 조속히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전국 택시기사들은 당일 오전 4시부터 다음날까지 24시간 파업에 들어갔고, 서울에서는 시위대 행진이 퇴근 시간과 겹치면서 여의도 일대에 교통 혼잡이 극심했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및 버스 운행을 증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잇따른 업계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누리꾼 아이디 'kpen****'은 한 포털사이트 댓글에서 "우리나라는 파업 때문에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없다"며 "업계가 돌아가면서 파업에 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아이디 'llyg****'는 "무인버스 도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면서 파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은행 파업 당시에도 이용자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국민은행 이용자라고 밝힌 아이디 'yjch****'는 "은행노조가 고객들에게 인터넷뱅크를 사용하라고 권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아이디 'dae_****'도 "월급도 많고 무이자 융자 등 모든 금융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파업까지 하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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