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비밀] 연필 제조 왕가 '스테들러'의 탄생

입력 2019-01-09 10:53


2년 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연필이 등장해 화제였다. 삼성전자 갤럭시탭·노트 시리즈의 액세서리 제품(스타일러스펜)이지만, 주요 제품들보다 이목을 끌며 'MWC의 씬스틸러'로 활약했다.

이 디지털 펜은 약 180년 역사를 가진 연필 제조사 스테들러(STAEDTLER)의 제품이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브랜드인 '스테들러 노리스(NORIS)'의 디자인과 감촉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연필 사용자가 줄어들자 오히려 손글씨의 매력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보과잉 탓에 피로도가 높아진 사람들이 손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안식과 안정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 연필 제조 왕가의 탄생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춘기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도와 준 스테들러의 연필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스테들러는 독일 뉘른베르크의 연필 제작 역사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다.

독일의 연필 제조는 영국보다 늦은 17세기에 시작됐다. 주요 생산지인 뉘른베르크 지역의 연필 제조는 166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흑연막대를 풀로 붙일 목재를 제조해야 해서 목수들이 연필을 만들었다.

연필 제작자들은 그러나 목수들 사이에서 독립하기를 원했고, 뉘른베르크 시에 계속해서 별도의 제작 특권을 요구했다.

그래서 목수가 아닌 독립목수들 사이에서 독립을 모색하고, 연필 제작자로서 특권을 부여받고 싶어했다. 난관 끝에 1731년에 별도의 조직을 설립, 목공 무역업에서 완전히 독립하게 된다.

독일의 스테들러 가문은 1835년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으로 연필을 제조했다.

요한 세바스찬 스테들러(Johann Sebastian Staedtler)의 조상 중 한 명인 프리디히 스테들러(Friedrich Staedtler)는 17세기 뉘른베르크에서 무역상인이었다. 프리디히 스테들러는 1660년께 상점을 운영하다 목공예품 소목장이의 딸과 만나 결혼했고 곧바로 장인의 목재 세공기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스테들러는 목공예품이 아닌 연필을 만들겠다고 선언, 1662년에 연필 생산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연필 제조 기술은 자식과 손자들에게 이어졌고, 거대한 연필 제조 왕가를 탄생시켰다.



◆ 글로벌 베스트셀러 '노리스'

스테들러의 대표 연필 브랜드인 노리스(NORIS). 노리스는 스테들러의 뿌리가 뉘른베르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리스는 약 110년 이상 역사를 가진 뉘른베르크 시의 요정이다. 17세기 시인들은 뉘른베르크 도시를 '노리스 요정'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1860년대부터 회사 곳곳에서 사용된 노리스는 1901년 9월10일, 왕실 특허 사무소에 정식 등록됐다.

노리스 브랜드로 판매된 첫 제품은 둥근 육각형 단색의 윤이 나는 연필이었다. 1919년까지 노리스는 연필에 이어 연필깎이, 파스텔 크레용으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고 스테들러 로고였던 반달 상징이 노리스 브랜드 및 회사명과 함께 황금 글자로 인쇄됐었다.

노리스의 대표 디자인으로 자리잡은 검은 색과 노란색 줄무늬의 시작은 1955년 이후 독보적인 기술 진보 덕에 가능했다. 특별히 개발한 광택제를 활용해 연필의 흰색 '깃' 위에 문자 그대로 '왕관'을 그렸고, 반짝이는 금 도장을 채택해 화려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 스테들러 연필의 가치


노리스 외에도 스테들러는 완벽하게 새로운 유형의 재료들을 개발했다.

노리스 에코 지우개 연필 182 30은 새로운 유형의 재료인 보펙스라는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 재료는 흑연이나 시의 색소, 겉의 표면장식과 목재 플라스틱 복합체로 구성돼 있다. 보펙스로 만들어진 연필들은 좀 더 환경친화적으로 자연의 나무 재료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테들러는 숲을 보호하며 제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높은 품질력까지 갖췄다. 스테들러는 특히 제품을 개발할 때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쓰고 그리는 것에 특별한 가치를 두고 있다.

삼각 색연필 157은 인체공학적인 삼각형 모양과 독특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부드러운 표면으로 그립감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노리스 색연필 144와 고급 삼각 색연필 157의 경우 특별한 A.B.S 코팅으로 색연필심 자체의 강도를 높여 부러짐 방지 성능이 상대적으로 좋다.

노리스 컬러 색연필 185 역시 보펙스라는 혁신적인 재료로 만들어져 심이 잘 부러지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보펙스 연필은 기존 연필과 차이가 확실히 크다는 것. 스테들러 코리아 관계자는 "일반 연필과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한번 잡아보면 다른 연필들과 다른 점을 바로 느낄 수 있다"며 "일반 연필보다 아주 조금 더 묵직하고 연필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벨벳 느낌의 코팅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연필보다 내구성이 좋아 외부의 압력에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며 "더욱이 균질한 심으로 종이에서 매우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써지고 인체공학적인 표면은 특별한 필기 경험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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