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없어도 잘 돌아간다"…공감 못 받은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

입력 2019-01-08 22:47
수정 2019-01-09 13:46



KB국민은행 노사의 막판 협상이 불발되면서 8일 19년만의 파업이 현실화됐다.

국민은행은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해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의 문을 열고 411곳의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등 정상영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런 덕분인지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창구에서 큰 불편은 없었다는 평가다.

이미 90% 가까운 고객들이 ATM과 인터넷·모바일뱅킹에 의존하고 있는 까닭에 2000년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당시와 같은 혼란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거래 건수 기준)다. 송금·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물론이고 예·적금, 펀드 등 각종 상품 가입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개인예금의 59%도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원이 없어도 은행이 잘 돌아가는 디지털 금융시대에서 평균연봉 9100만원의 국내 1위 은행 노조의 파업은 국민들의 공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업계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에 대해 "이 어려운 경기에 고액 연봉자들이 돈 더 달라 파업이라니", "명분 없는 파업, 욕심이 과하다", "최대 고객인 국민을 볼모로 못된 짓을 서슴치 않다니", "파업도 명분이 중요하다. 노조가 요구한 것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고객 불편을 초래한 노조의 파업은 절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점포에서 창구에 의존해야 하는 업무에서 고객들의 불만도 새어나왔지만 이번 파업이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건 시대가 변했다는 의미도 된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후 2시 파업을 종료하고 이번 파업이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직급별 호봉상한제(페이밴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친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노조의 행태에 대해 한 네티즌은 "파업도 4시 이전에 종료하는구나"라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