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좌동욱 기자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뿐 아니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 개막 하루 전인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경고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앞세워 세계 LCD 시장을 잠식한 것과 동일한 현상이 OLED 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부회장은 “중국은 자체 시장이 워낙 큰 데다 BOE와 같은 디스플레이 경쟁사들이 OLED사업에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생산능력 측면에서 중국은 분명한 위협이 된다”고 털어놨다. BOE는 이달 초 중국 푸저우에 청두·?양·충칭에 이은 네 번째 OLED 생산 공장을 건설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수년간 프리미엄 TV 패널에 들어가는 세계 대형 OLED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LCD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중국 경쟁사 BOE와의 가격 경쟁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 부회장은 “OLED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형 패널 시장에선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자동차와 휴대폰 등 중소형 시장에선 전략 고객에게 집중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LED 및 육성사업(상업용 및 자동차용 패널)의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사업 비중은 30%를 밑돌고 있다.
그는 LG전자가 올해 출시할 ‘롤러블 TV’에 기대를 내비쳤다. TV 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이 제품의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LG전자 외에 롤러블 TV를 개발하는 TV 제조사들이 있다”며 “전략적이고 선별적으로 패널 공급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 패널에 대해선 “경쟁사(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해 열세인 게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 쫓아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레슨(교훈)도 얻었다”며 “적정 규모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부문에선 올해 말부터 일부 (중소형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할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2020년부터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부회장은 “경쟁사가 OLED 투자를 본격화하면 시장이 한 단계 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재료 및 소재 수급 측면에서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어 “롤러블 TV와 같은 혁신 제품을 개발하려면 LCD 기반의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도 결국 OLED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라스베이거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