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19년 만에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섰다. 노사는 수십회에 걸쳐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언제든 교섭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총파업 선두에서 조합원들을 지휘하는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타결을 위해 언제든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원활한 교섭을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11시께 경영 실무진과 막판 집중 교섭을 펼쳤으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대표자 교섭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며 "작년 말 종료된 중노위 조정 절차에 이어 사후 조정 신청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 사안으로 4가지를 꼽았다.
△신입행원에게 적용된 페이밴드(호봉 상한제) 폐지 △L0(여성 직원) 직급의 과거 근무 경력 인정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 △점포장 후선보임 근로조건 개선 등이다.
그는 "성과급, 임금 인상폭 등은 총파업 이전 집중 교섭에서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도 이를 수용했다"며 "페이밴드와 여성 직원의 근무 경력 인정, 임피제 진입 시기 등이 우선순위다"고 짚었다.
비조합원에 해당하는 점포장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 내 만연한 단기 실적주의가 직원들을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재직 중 사망한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혈관질환, 돌연사, 자살 등으로 사망했다"며 "점포장 후선보임 대상 인원을 축소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점포장이 비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임단협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파업에는 노조 추산 9500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밤샘 집회 후 이날(8일) 총파업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차별을 철폐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9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사측은 참여인원을 5000명 이하라고 추산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영진들이 오직 실적만 중시하고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신입행원에게 적용되는 페이밴드는 임단협에서 4년째 폐지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측은 이같은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는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2차 투쟁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는 불편을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