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인생 프로젝트입니다. 원작을 처음 접했을 당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는 어려워 ‘아바타’ 가 나온 한참 뒤에야 영화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분명 비주얼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다음달 중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알리타 : 배틀엔젤’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디지털의 김기범 CG 감독은 지난 7일 서울 용산CGV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카메론 감독이 제작하고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26세기에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의 모험을 그린 SF액션물이다. 특히 주인공인 알리타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만들어낸 게 성과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가 제1차 비주얼 혁명을 일으켰다면 ‘알리타: 배틀 엔젤’은 제2차 비주얼 혁명으로 가히 부를 만하다.
“실제 세상의 것들을 최대한 담아내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의의를 뒀습니다. 특히 알리타의 얼굴은 ‘반지의 제왕’ 골룸보다 32배 해상도로 그려냈습니다.”
40분 가량의 풋티지 영상을 통해 베일을 벗은 ‘알리타’는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줬다. 알리타 역을 연기한 배우 로사 살라자르의 실제 흉터와 잔주름까지 반영해 피부 밑 작은 근육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하이라이트인 모터볼(원형트랙에서 볼을 먼저 잡아 골을 넣는 미래의 게임) 장면은 박진감 넘치는 스피드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CG 기술을 구현해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선보였다.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 이후 10년 만에 웨타디지털과 만나 이룬 결실이다.
“‘알리타’가 비주얼 혁명인 이유는 캐릭터의 구현뿐 아니라 캐릭터의 성장까지 함께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알리타라는 사이보그 소녀의 성장 과정과 순수하면서도 폭력적인 캐릭터의 성격을 실감나게 담아냈어요.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질감 없도록 감정에 따라 변하는 육체와 얼굴 근육을 동시에 포착해 구현했습니다. ”
웨타 디지털 제작진은 디테일한 퍼포먼스 캡쳐를 통해 로사 살라자르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한다. 배우의 몸짓과 손짓은 물론 치아와 잇몸 하나하나, 홍채의 움직임까지 포착해 사이보그 캐릭터로 이식했다.
“특히 머리카락을 하나씩 그려넣는 기술은 세계 최초였습니다. 머리카락은 대개 가이드 헤어를 중심으로 주변 헤어를 그려넣지만 이번에는 하나씩 그려넣는 신기술로 더욱 실감이 납니다.“
김기범 감독은 원래 심형래 감독의 ‘디워 ’에 CG기술로 참여한 뒤 글로벌 VFX 스튜디오 ILM로 옮겨 약 10년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트랜스포머3’ ‘아이언맨2’ ‘어벤져스’ 등 할리우드 대작 블록버스터에 참여했다. 2016년부터는 웨타 디지털에서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에서 CG를 담당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