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이 새 시공자를 찾아 나선다. 서울 강남권 요지의 올해 최대 수준 규모 사업장인데다 이미 대형 건설사 여러 곳이 시공 의향을 밝힌 곳이라 앞으로 수주 경쟁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반포1단지 3주구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전날 반포동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2019년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 시공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총회엔 조합원 총 1622명 중 약 52.8%인 857명이 참석했다. 이중 745명이 HDC현대산업개발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는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은 이날 일반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른 건설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참석자 중 703명이 찬성했다. 조합은 지난달 시공 입찰의향서를 받은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을 비롯해 입찰 의향이 있는 건설사들과 협상을 거쳐 다음 달 말께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최흥기 반포1단지 3주구 조합장은 “‘1군’ 상위 시공사들끼리 경쟁하게 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엔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통상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시공 내용 관련 주요 사안을 논의할 때 건설사 측도 총회에 참석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임시총회에 대해 사실상 보이콧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 7일 총회가 열리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돌린 문자 메시지에서 “절차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개최된 불법 총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조합원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공자 수의계약 재입찰과 계약이 이뤄져도 사업은 한동안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결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8일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총회의 결과를 당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총회효력정지가처분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원 간 갈등도 관건이다. 조합원 일부는 오는 20일 조합장 해임 및 직무정지를 위한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장 해임과 직무집행정지 등 2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포1단지 3주구는 재건축 공사비만 8087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장이다. 전용면적 72㎡ 1490가구로 구성됐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17개 동, 2091가구 규모의 새 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조합은 올 4월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업체로 선정하고 시공자 계약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중순 계약협상 결렬을 공식 통보하고 시공능력평가 상위 업체 약 10곳에 수의계약협상 참여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본계약 협상 중 특화설계안과 공사 범위, 공사비 등 항목을 놓고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