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손혜원의 가벼움

입력 2019-01-07 14:19
수정 2019-01-07 14:23


(성수영 경제부 기자) 페이스북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한 가증스러운 사기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이 악화되고 참여연대까지 “정책적 반박이나 설명을 내놓았어야 할 여당과 일부 의원이 공개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행태는 또 다른 숨은 내부 제보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성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신 전 사무관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있어서죠.

손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역사학자인 전우용 씨의 글을 인용해 간접적으로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양아치짓’으로 매도했습니다. “현직에 있는 사람이 해고를 각오하고 공익을 위해 자기 조직의 비리를 폭로하는게 공익제보고, 이미 퇴직한 사람이 몇 달이나 지나서 자기 조직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양아치짓”이라는 내용이었죠.

다시 손 의원의 ‘막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그는 7일 다시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펜으로 사는 기자라면 적어도 원 글을 쓴 전 박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시는게 맞다”는 내용이었죠. 한 네티즌이 쓴 “박살 상태였던 당을 추슬러 지금의 문재인과 민주당을 만들어낸 손혜원이라는 존재를 보수 세력이 너무나도 무서워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도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손 의원이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양아치짓’이라는 주장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본인의 SNS에 공유한 전 씨의 ‘공익제보 기준’이 고작입니다. 신 전 사무관이 현직에 있을 때가 아닌 퇴직 후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거지요. 왜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헛소문인지에 대한 근거는 여전히 없습니다.

폭로자가 현직에 있을 때 폭로했는지, 퇴직 후 폭로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본인이 보여줬던 행동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손 의원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추켜세웠던 고영태 씨는 국정감사에서 “정유라 씨의 애완견을 돌보지 않고 골프를 치러 나갔다가 크게 싸운 것부터 시작했다”며 최순실 씨와 사이가 틀어진 게 폭로의 계기가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최 씨가 자신을 멀리했고, 개인적인 문제로 사이가 더욱 악화됐다고도 했지요. 손 의원과 전 씨의 기준대로라면 사이가 틀어진 뒤 폭로를 결심한 고 씨도 ‘양아치짓’을 한 셈입니다.

“펜으로 사는 기자가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시는 게 맞다”는 손 의원은 본인이 보여줬던 ‘예의’부터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혈세를 받으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공익제보를 하겠다고 나선 일개 전직 공무원을 인격모독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손 의원이 막말에 대해 사과하고, 신 전 사무관의 폭로가 ‘헛소문’이라는 본인의 근거를 명료하게 제시하는 게 그나마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감독을 불러 “금메달 따는 것이 쉬운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비난했던 것, 페이스북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준 사람들’의 등수를 매기면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1등으로 추켜세우고 지역구인 마포구 주민들은 4등으로 꼽은 것,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장례식장에서 ‘따봉’을 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 2016년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돼 터무니없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해서도 합당한 해명을 내놓는다면 손 의원의 ‘예의론’에 더욱 명분이 생길 것 같습니다. (끝)/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