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바꿔 다시 게재…국내 웹하드, 해외사이트와 공생구조 드러나
서울시, 214개 사이트 모니터링
불법 촬영물의 피해 장소는 집 등 사적 공간 82% '최다'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 9%
텀블러 등 해외서버 삭제 불가
불법 음란물 '공생관계' 첫 확인
[ 이해성 기자 ] 웹하드 등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몰카(몰래카메라)’ ‘리벤지포르노’ 등 불법 촬영물은 강제로 삭제하더라도 대부분 하루 만에 다른 제목으로 둔갑해 되살아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서 웹하드업체와 해외에 사업지를 둔 포르노 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텀블러 간에 이 같은 촬영물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불법 생태계가 구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관계기관과 협조해 이들 업체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은 7일 불법 촬영물 유포 차단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연다.
삭제해봐야 다음날 원상복귀
서울시는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30일까지 국내에 등록된 웹하드 48곳, 포르노 사이트 166곳과 텀블러 등 214곳의 집중 모니터링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이들 사이트에서 확인한 음란물 가운데 화질이나 촬영구도 등으로 판단, 불법 촬영물 423건을 선별해 분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성범죄는 신고된 영상물보다 신고되지 않은 촬영물이 대다수”라며 “피해 촬영물 현황과 유통구조를 선제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420여 개 불법 촬영물의 피해 추정 장소는 집, 숙박업소 등 사적 공간이 81.8%(346곳)로 가장 많았다. 공중화장실 길거리 학교 도서관 지하철 등 공적 공간도 8.5%(38곳)에 달했다. 파일시티, 파일마루, 예스파일, 온디스크, 케이디스크, 미투디스크 등에서 불법 촬영물이 많이 발견됐다.
불법 촬영물 제목의 키워드 분석 결과 웹하드는 국노, 중노, 몰래, 와꾸(얼굴, 자태 등을 뜻하는 비속어) 등 순으로 많았다.
서울시는 웹하드에서 확인한 불법 촬영물에 대해 운영업체에 즉시 삭제를 요청했다. 삭제는 대부분 사흘 내 이뤄졌다. 그러나 사후 추적 결과 제목만 조금 바꿔 삭제 다음날 웹하드에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 영상에는 대부분 성매매광고, 도박광고 등이 삽입돼 있다”며 “웹하드 사업자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불법 촬영물 유통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대한 불법 음란물 생태계 확인
해외 서버로 운영되는 포르노 사이트와 텀블러는 삭제가 거의 불가능했다. 웹하드와 포르노 사이트, 텀블러에 동일한 촬영물이 유통되는 공생 구조도 확인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포르노 사이트에서 발견한 불법 촬영물 40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인 21개가 텀블러에서 유래했다. 또 포르노 사이트 불법 촬영물을 클릭하면 웹하드로 연결되거나, 포르노 사이트 관리자가 텀블러에 있는 불법 촬영물 원본을 그대로 업로드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부는 최근 영리 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형으로만 처벌할 수 있게 법정형을 높였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웹하드, SNS 사업자 등을 상대로 한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도 오는 6월부터 강화한다. 그러나 ‘신고 등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명백히 인식했을 경우’에만 삭제 의무를 부과해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