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글로벌 제약사 만들고 2020년 은퇴하겠다"

입력 2019-01-06 13:32
수정 2019-01-06 16:41
셀트리온, 개발·생산·유통·판매 체계 완성된 2020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2030년까지 25개 제품 개발‥면역치료제 3개는 2027년 이후 출시
전략제품 ’램시마SC‘부터 직접 판매…“직판체제 구축은 글로벌 고속도로 닦는 일”
해외 36만L 공장 건립 계획→국내 12만L, 해외 24만L로 변경
원가절감 위한 해외 공장 증설 불가피...고용 창출 위해 국내에 최대한 투자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서 완전히 기반이 갖춰진 2020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려고 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2020년 은퇴를 선언했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하고 “바이오시밀러와 합성의약품 개발, 생산, 유통판매망을 구축하는 1단계 목표를 달성하면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미련없이 떠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석을 앞두고 사업 전략과 성장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1425조원 규모의 세계 제약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작년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를, 셀트리온제약은 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올해는 전략제품 램시마SC의 유럽 허가를 앞두고 있다.

서 회장은 “2030년까지 자가면역질환과 항암 분야의 바이오시밀러 총 25개 제품이 개발될 것”이라며 ”168조원 규모의 글로벌 항체 의약품 시장에서 2035년까지 먹거리는 준비된 셈”이라고 했다.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휴미라와 아비스틴 바이오시밀러가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은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제품을 차별화하고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연구개발(R&D) 능력과 제품 파이프라인은 제넨텍, 암젠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3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면역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면역치료제 3개를 개발하고 있는데 지금 임상을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일단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2027년 이후부터 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램시마SC가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램시마SC는 병원에서 1시간 이상 링거로 맞아야하는 정맥주사를 환자 스스로 자가주사가 가능한 피하주사로 만든 제품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는 정맥주사와 피사주사 두가지 제형을 가진 ’듀얼포메이션‘이라는 강점이 있다“며 ”램시마SC부터는 셀트리온이 구축한 글로벌 직접판매시스템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가 직접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부터는 출하 물량을 줄여 유통 파트너사의 재고를 5개월 이하로 조정했고 이달부터 파트사와 협상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등 총 20여개국에 지사를 세웠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에도 지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직판체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1400조원의 제약 시장에 나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닦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의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제약사의 제품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해외 의약품 유통 파트너 수수료율이 평균 40%에 달하는데 직접하면 15~20%로 낮출 수 있다”며 “원가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따라올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날 국내에 12만L, 해외에 24만L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서 회장은 당초 해외에 36만 리터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국내 고용창출을 위해 3분의1을 국내로 전환했다. 서 회장은 ”작년 FDA로부터 생산 공정을 지적받으면서 생산 기지 다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했다“며 ”원래 해외에 짓자고 판단했는데 일자리 문제를 고민한 끝에 국내에 최대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인천 송도 1공장을 5만 리터 증설해 기계적 준공을 끝냈다. 3공장은 1공장(10L), 2공장(9만L) 옆에 지어진다. 3공장과 해외 4공장까지 완공되면 셀트리온은 국내 31만L, 해외 24만L 등 총 55만L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세계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36만2000L)를 넘어선다.

서 회장은 “해외 공장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곳으로 검토 중인데 올 상반기 협의가 끝날 것”이라며 “가격이 낮아진 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하고 다른 제약사로부터 수주를 받는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셀트리온의 중국 진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3개 제품의 중국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서 “중국 정부와 국영, 민영 기업들과 협의해 올 상반기 합작법인을 세우고 공장 건립과 기술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시장 안착을 위해선 간호사 파견 서비스인 너싱시스템(Nursing System)도 도입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미국에서는 의료수가 때문에 약값보다 주사 비용이 많이 든다”며 “간호사를 직접 고용해 저렴한 가격에 주사를 놔주는 전문업체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2개국과 AI 원격진료 사업도 협의하고 있다”며 “미국은 홈케어 진단장비 사업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올해는 회장이 아닌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영업본부장으로서 해외에서 일할 것“이라며 ”2020년 생산 규모(케파) 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승계 문제와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며 ”아들은 CEO를 시키지 않고 이사회 멤버로만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퇴 후엔 잠을 좀 자고 도시어부로 살면서 뭘 할지 생각해보겠다“며 ”일단 내후년까지 유통망 구축과 4조원의 케파를 준비하는데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