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주도로 카풀 반대하는 택시단체…시동도 못건 승차공유

입력 2019-01-04 17:49
도전 2019 - 이것만은 꼭 바꾸자
7. 기득권 울타리 보호막 걷어내자

27만 택시기사 표심 무기로 토론 거부하고 정치권 압박
"우리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업계 혁신 목소리는 묻혀
표 좇는 일부 정치인들, 택시단체 주장 동조…갈등 증폭


[ 임현우 기자 ] “카카오가 카풀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대화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난해 12월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발족 간담회’에 한 택시단체 관계자가 찾아와 이 말을 전하고 떠났다. 참석을 약속했던 전국택시연합회, 전국개인택시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등 4개 택시단체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다 ‘바람’을 맞은 민주당, 국토교통부, 카카오 관계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결국 해 넘겨 이어지는 카풀 갈등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투쟁은 지난달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와 이에 반발한 50대 택시기사의 분신자살을 기점으로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4개 택시단체는 “카카오를 포함한 모든 카풀을 불법화하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으나 출퇴근길 개인 간 카풀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전업 카풀 운전자만 걸러낸다면 카카오, 풀러스 등의 서비스는 얼마든지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굴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민의 생존권’ 프레임을 내걸고 집단행동에 들어간 택시업계에 정부와 정치권이 끌려다니면서 논란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관계자는 “전국 택시기사 27만여 명, 가족까지 합치면 최대 100만 명의 표심(票心)이 걸린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혁신파’ 목소리는 묻히는 택시 조직

한 카풀업체 대표는 “현장에선 ‘공유경제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우리도 변화를 시도하자’는 기사나 경영진이 꽤 많다”면서도 “복잡하고 비대해진 택시단체들의 구조상 이런 목소리는 힘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국회와 접촉하는 소수의 집행부가 진행상황을 전파하긴 하지만, 일선 기사들의 의견은 상부에 효율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구상한 사납금 폐지 방안에 대해 법인택시 기사들은 긍정적이지만 법인 대표들은 반대이고, 개인택시 쪽은 관심이 없는 등 4개 단체의 이해관계도 제각각이다. 일부 택시단체장은 8선(選)을 거듭해 20년째 연임하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간 ‘모빌리티 투자’

지구촌의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 실험’은 단순한 승차공유를 넘어 자율주행자동차, 무인 택시, 초고속 지하터널 등의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은 초급 수준인 카풀에서 수년을 허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네이버, 미래에셋, SK 등은 2~3년 전만 해도 풀러스, 럭시, 쏘카 등 국내 교통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엔 싱가포르 그랩, 중국 디디추싱, 미국 미고 등 해외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4일 발표된 엠브레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카풀 허용에 찬성(58.2%)하는 의견이 반대(12.5%)를 압도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는 카풀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을 올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시각이 퍼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풀 논의가 정부에서 정리되지 않고 국회로 넘어가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려했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