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성과급 300%' 달라며 8일 총파업 강행 예고
"무리한 요구 수용 못한다"
임원 전원 사직서 제출로 '배수진'
노조 "책임 전가하는 행동"
[ 김순신 기자 ]
허인 행장을 제외한 국민은행 임원 54명 전원이 노조의 파업을 막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며 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전원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은행 본부장급 이상 임원 54명은 이날 오후 “오는 8일 예정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은행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며 허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국민은행 임원들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사직서 제출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김남일 국민은행 영업그룹 대표(부행장) 등 경영진 16명은 지난 3일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의 파업 참여를 만류했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이날 ‘국민은행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3000만 명의 고객과 함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리딩뱅크 위상을 스스로 허물어선 안 된다”며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반목과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선배인 경영진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사측은 지난달 27일 노조 투표로 총파업이 가결되자 노조에 상당폭 양보하며 협상에 나섰다. 국민은행이 직원들에게 공지한 ‘2018 임단협 은행 Q&A 자료’에 따르면 경영진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먼저 정하고 지급률을 확정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사측은 2017년 노사가 합의한 대로 성과급 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이 은행의 한 임원은 “19년 만의 총파업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측이 양보했다”며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할지는 지난해 경영 성과와 다른 은행 수준을 봐가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정하자는 것으로 물러섰다”고 말했다.
전 직원으로 페이밴드(직급 승진을 못할 경우 임금 인상 제한)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던 경영진의 주장도 사실상 철회됐다. 현재 신입 행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페이밴드와 관련해서도 노조는 폐지를, 사측은 전 직원 적용을 주장해왔다. 사측은 “이번 임단협에서 은행 안으로의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의 미래를 위해 노동조합은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일괄 사표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국민은행 노사가 타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허 행장은 지난 2일 박홍배 노조위원장과 협상했지만 성과급 규모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 등의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주장하는 통상임금의 300% 이상 성과급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은“국민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이 9100만원에 달하고 수준도 은행권 최고”라며 “올해 여건이 악화되든 말든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무리수”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원 54명 사표 제출 이후 ‘알림 자료’를 통해 “사의 표명이지 아직 사표 수리는 되지 않았을 뿐더러 언제든 번복이 가능하다”며 “직원과 노조가 무책임하게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허 행장은 책임도 지지 않고 힘 없는 부행장 이하 임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경영진은 하지만 총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주말에도 계속 노조 측과 협상을 시도키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이 총파업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으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는 노사의 뜻이 다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