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돈을 보았다
코너 우드먼 지음 /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304쪽│1만5000원
[ 은정진 기자 ]
누구든 ‘세계일주’라는 말을 들으면 설렌다. 하지만 뒷골목에서 돈을 뺏기고 소매치기와 사기도박을 당하는 세계일주라면 어떨까. 모두 손사래를 칠 것이다.
거대 범죄기업 자금을 역추적하는 위험천만한 세계일주를 떠난 이가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미끼로 암시장에 뛰어든다. 전직 애널리스트 코너 우드먼이 그 주인공이다. 그가 쓴 《나는 세계일주로 돈을 보았다》는 4년 넘게 미국 스페인 멕시코 인도 등 세계 뒷골목에서 위조지폐 거래, 마약매매, 매춘, 도박 등의 지하경제를 쫓는 과정을 담았다. 사람을 돈으로만 보는 이들을 통해 소름 끼치게 잔인한 자본주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저자의 세계일주는 처음이 아니다. 영국 런던의 잘나가는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살아있는 경제를 체험하겠다”며 집을 팔아 5000만원으로 세계일주를 떠난다. 세계를 돌며 각국 상인들과 물건을 사고팔던 저자는 6개월 후 1억원을 손에 쥐고 돌아온다. 그때 경험을 담은 책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는 ‘신선한 경제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에서만 16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번 여정은 그때와 차원이 다르다. 목숨을 건 세계일주였다. 그는 아르헨티나 위조지폐 시장을 조사하던 중 밀실에서 마약에 취해 총질을 해대는 갱단에게 죽을 뻔했다. 스페인에선 소매치기 일행과 함께 다니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술집에서 매춘을 강요받고, 납치가 빈번한 멕시코에서 스스로 미끼가 돼 택시에 올라탔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몸소 경험한 뒷골목 시장은 온갖 범죄로 점철돼 있지만 1조달러 규모로, 세계 경제의 일부이자 거대 산업과 같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곳에도 경쟁과 적자생존 법칙이 적용되며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조장하는 한 훔치는 빈자와 빼앗기는 부자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범죄를 ‘경제활동’이라고 부르고 자신을 ‘사업가’라고 칭하는 그들 눈에 평범한 사람은 ‘돈벌이 수단’이자 ‘피해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이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