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인식, 규제 강화 발목
대표 콘텐츠 산업 저무나 걱정
"누가 욕 먹으며 사업하고 싶겠나"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매물로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영화의 100배, 음악의 10배에 달하는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으면서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간부는 "김정주 대표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넥슨을 시작으로 게임업체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98.64%)를 매물로 내놨다. 가치는 약 10조원으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됐다. 예비입찰은 이르면 다음달 진행될 예정이다.
넥슨은 김정주 대표가 NXC 지분을 갖고 있고 NXC가 넥슨 일본법인, 넥슨 일본법인이 넥슨코리아를 갖고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넥슨 일본법인의 시가총액은 약 13조원으로 NXC가 보유한 지분(47.98%) 가치만 6조원이 넘는다.
김 대표가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가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연간 5조원대의 수출을 올리며 효자 콘텐츠 산업으로 불렸지만 올 하반기 들어 실적이 악화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해외게임의 공세에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대형 업체들은 정부기관의 규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원 상당을 준 혐의로 2년간 재판을 받은 '넥슨 주식 사건'도 김 대표의 마음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결심에 대해 "시간 문제였을 뿐.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국내 게임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된 만큼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게임사 간부는 "누가 욕먹으며 사업을 하고 싶겠느냐"며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관심은 김 대표 지분을 누가 인수하느냐로 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이 거론되지만 매각 금액이 워낙 커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의 텐센트와 미국 EA스포츠 등이 유력하게 평가되는데 넥슨 게임이 인기를 끄는 중국 텐센트가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넥슨 주식 사건 입장문에서 "1994년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창업했던 조그만 회사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는 준대기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지난 20여년동안 함께 일해온 수많은 동료들의 도전과 열정의 결과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배려 속에서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 또한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을 국내 최대 게임회사로 키운 김 대표는 그동안 "쉬고 싶다"는 말을 자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입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있었기에 국내 게임산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업계에서 한 발 물러나 게임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조언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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