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우파 대통령 취임
"마르크스주의 쓰레기와 싸울 것"
사회주의에서 해방 선언
"경제적 무책임 척결하겠다"
"기업 압박하는 관료주의 타파"
국유기업 매각·공무원 감축 예고
[ 설지연 기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사회주의와 비대한 정부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 그는 “관료주의와 규제기관을 개혁해 민간 기업을 압박하는 ‘브라질 비용’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으로 브라질은 2003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이후 15년간 이어진 좌파 정권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 뒤 브라질 국민이 달콤한 복지 대신 일자리와 성장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릴 만큼 극우 성향이라는 비판과 함께 저성장의 늪에 빠진 브라질 경제를 회생시킬 적임자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브라질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의 낮은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패와 범죄, 경제적 무책임, 이념적 굴복을 척결하고 차별이나 분열 없는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구조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작은 정부’와 ‘시장 확대’를 새 정부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정부 부처는 종전 29개에서 22개로 줄였다. 재무부, 기획부, 통상개발부 등 3개 부처를 하나로 통합한 뒤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시카고학파를 수장으로 임명했다. 초대 경제장관엔 미국 시카고대 출신인 경제학자 파울루 게지스가 선임됐다.
보우소나루 정부가 직면한 최대 과제로는 연금과 세제 개혁, 재정 건전성 회복, 고용 창출 등이 꼽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세수 이상으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연금개혁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국유기업 매각, 정치인·공무원 특권 축소, 공무원 감축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는 등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레코드TV와의 인터뷰에서 “관료주의와 규제를 개혁해 기업 활동의 장벽을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또 트위터를 통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쓰레기’와 싸울 것”이라며 학생들이 정치 사상이 아니라 구직 시장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의회에서 견고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점은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하원 전체 의석 513석 중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속한 사회자유당은 52석에 불과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친미(親美)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외교 정책에서도 서방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취임 연설을 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미국은 당신과 함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취임식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이반 두테 콜롬비아 대통령 등 친미·우파 성향의 정상들이 참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