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 신년 계획
[ 송종현 기자 ]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 한 해 증권업계가 어려운 경영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요 증권사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CEO들은 올해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 키워드로 ‘디지털’과 ‘특화’를 제시했다.
“10여 년 만에 다가오는 위기”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2019년에 또다시 만만치 않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패권 충돌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국내 경기 침체는 대신금융그룹의 주사업인 금융과 부동산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금융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금리도 상승 기조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명석·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공동대표는 “올해는 업계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며 “작년 전 사업부문이 고루 거둔 성과를 어떤 시장상황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진 증시 부진으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축소, 자기자본 투자 손실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5개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957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3.1% 감소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사 CEO들의 관측이다.
‘디지털’과 ‘특화’로 위기 돌파
증권업계에선 대형사들의 경우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부문 간 연계 영업, 중소형 증권사들은 특화 사업 강화라는 경영 트렌드가 이어졌다. 올해는 여기에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더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IB와 WM 부문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을 위해 핀테크(금융기술) 기반의 온라인,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다양한 신개념 컨설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채 사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사내외 정보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체계를 갖추면 고객의 다양한 입맛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 CEO들은 “특화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한양증권만의 특화된 강점을 활용해 2019년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고 승리하는 한 해, 강소 증권사로의 도약을 위해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룡 회장은 “올해의 전략 방향은 작년에 이어 유니크(unique)와 피트니스(fitness)”라고 제시했다. “금융과 부동산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과 투자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유니크이고, 이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피트니스”라는 설명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