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은 '북한 비핵화하겠다'는 의지 분명히 해야

입력 2019-01-01 17:4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자”는 내용의 이른바 신년사를 내놨다.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나 제안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또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풀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 실망을 더한다.

신년사가 북핵 폐기 대신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자력갱생을 천명한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미국에 “우리 인내를 오판 말라”,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 길을 모색하겠다”는 경고를 덧붙인 대목은 협상이 궤도를 이탈했음을 잘 보여준다. 김정은은 남북군사훈련과 주한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도 요구했다. 요구조건을 자꾸 추가해가며 비핵화 부진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여기서 김정은의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북핵 제거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은 ‘선(先) 제재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최근 ‘핵 폐기 불가’라는 속내를 노골화하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가 “조선반도 비핵화와 북 비핵화는 다르다”며 청와대를 대놓고 압박한 게 단적인 예다.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비핵화’의 의미라는 주장도 내놨다. 자신의 핵 도발이 평화를 위협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언어도단이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으며 ‘핵 감축 협상’을 통한 반대급부 확보가 목적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 이런 터에 남북한 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미·북 협상이 ‘미 본토 위협을 않겠다’고 확약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핵무력대국’ 북한의 인질이 돼 온갖 굴욕을 당할 게 너무도 뻔하다. 온갖 미사여구를 교환하며 금쪽같은 기회를 허송하지 말고, 북핵 폐기의 가시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