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달라진 것 없는 北核, 안보 빗장 풀어선 안돼

입력 2019-01-01 17:42
北核폐기 선언 없는 김정은 신년사
"제재 고수하면 새길 갈 것" 협박도
대화·협력하되 안보태세 강화해야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장 >


안보와 국방에 관한 한 2018년은 위태위태하던 한 해였다. 정부가 대북정책, 안보정책 그리고 군비통제 정책의 정론들을 무시하고 평양을 향해 ‘외길’을 달려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통북탈미(通北脫美)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업주의 동맹정책과 맞물리면서 한·미 동맹은 뿌리째 흔들렸다.

남북화해와 안보가 동행(同行)해야 한다는 것은 분단국 한국에는 불변의 정론이다. 상생을 위해 남북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늘 필요하지만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국방에서 정론 중의 정론은 “현재 및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고 늘 임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군비통제란 ‘안정적인 군사관계’를 위해 군사력의 규모와 운용을 상호 조정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려고 무작정 군사력을 줄이거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불안정을 초래하므로 이를 두고 군비통제라고 부르지 않는다.

2018년 남북관계는 북한의 평화공세와 대화국면 전개라는 대반전을 맞이했지만, 평화의 바람 속에서도 정작 한국의 안보는 연거푸 정부발(發) 충격파를 맞고 비틀거려야 했다. 국가정보원과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대공(對共)기능 축소, 선제적·일방적 군사력 축소를 골자로 한 ‘국방개혁 2.0’, 연합훈련 중단, 때이른 종전선언 및 평화선언 추진, 동맹의 결속력을 이완시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재추진 움직임 등이 이어졌고, 역사 교과서에서 ‘대한민국 건국’이 삭제되는 중에 군은 ‘주적’ 개념을 삭제했다. ‘9·19 군사분야합의’가 대미를 장식했다.

적화통일을 불변의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이 당 조직지도부, 국가안전보위성, 인민군 총정치국, 보위사령부, 인민보안성 등을 통해 4중, 5중으로 체제를 단속하는 중에 한국은 국정원과 군의 대공기능을 무력화시켰다. 북한이 구체적인 핵폐기 약속이나 일정조차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중국이 시시각각 미래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군사력 축소를 선언하고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비하는 국방을 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9·19 군사분야합의는 진단과 처방이 서로 다른 해괴한 내용들을 담았다. ‘군사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라고 하면서도 긴장의 원천인 북한의 핵 불포기와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말이 없고 방어에 매달려온 한국군을 불능화시키는 내용들이 수북하게 담겼다. 북한이 공자(攻者)이고 한국이 방자(防者)인 상황에서 방자의 감시·정찰·조기경보 역량을 위축시킨 것은 강도의 흉기를 그대로 둔 채 강도를 막는 담장을 부수고 CCTV를 철거한 격이다. 기동훈련 중단과 무력증강 금지에 합의함으로써 북한이 한국군의 정상적인 훈련과 전력증강을 시비할 빌미를 줬고, 봉쇄차단·항행방해 금지에 합의한 것은 핵대화 파탄 시 한국이 대북 해상봉쇄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해상차단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 평화수역을 정하면서 구체적인 경계선을 추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한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대통령의 책무로 명시한 헌법 66조가 준수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안보에서는 한 번의 실패가 망국을 초래할 수 있기에 모험이나 도박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것이 ‘안보 딜레마’다. 특히,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음을 유의해야 하는데 2019년도 신년사에서도 변한 것이 없다.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조선반도 비핵화’를 한 차례 언급했을 뿐이며,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고수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정론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을 계속하되 안보 빗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정론에 입각한 안보정책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