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19 다시 뛰는 기업들] 국내 기관, 英 앵글리안워터 배당금 '0원' 될 가능성

입력 2019-01-01 14:13
기업 재무

수처리 기업 앵글리안워터
부채 갚고 시설 투자 늘려
당분간 배당 한푼도 없을 듯

인프라 투자도 리스크 발생


[ 김대훈 기자 ]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지난해 투자한 영국 수처리업체 앵글리안워터의 배당금이 ‘제로(0)’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관투자가가 최근 해외 인프라에 자산배분을 늘려가는 가운데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인프라 투자에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영국 남동부를 담당하는 민간 수처리 기업 앵글리안워터는 영국의 수자원공사 격인 OFWAT(Office of Water Services)와의 규제자본보수(RCV) 협상에 따라 100%가 넘던 부채비율을 70%대로 줄이고, 시설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부채를 갚고 투자를 하면 배당 가능한 현금이 줄어들어 배당금이 당분간 ‘0원’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리안워터는 3월 말 결산법인이어서 오는 5월께 배당금이 확정될 전망이다.

영국 인프라 전문 펀드 달모어캐피털은 지난해 상반기 GLIL인프라와 함께 앵글리안워터 지분 15%를 약 5600억원에 인수했다. 한화생명·손보, 행정공제회 등 국내 기관은 달모어캐피털의 인프라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자금을 모으는 펀드)에 자금약정을 했고, 앵글리안워터에 투자하는 별도 프로젝트 펀드에도 돈을 맡겼다. 국내 기관이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앵글리안워터에 투자한 돈은 1억3000만달러(약 1450억원) 규모다.

민간회사가 공공재를 공급하고 정부가 요금을 책정하는 형태의 인프라는 ‘규제 자산’으로 불린다. 정치적인 요소 외에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고 여겨져 국내 기관이 앞다퉈 투자를 늘린 분야다. 수자원 관련 회사는 5년마다 OFWAT와 협상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기관 투자 후 첫 결산일에 배당하지 않는 게 유력해진 것이다.

달모어 펀드의 국내 자산운용 및 자금조달을 담당하는 한화자산운용 측에선 당분간 현금배당이 없어도 그 돈을 시설 투자로 돌리기 때문에 전체 자산가치에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 격으로 당장의 배당은 줄지만 신규 투자가 끝난 뒤 배당 및 자산가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현금 흐름에 변동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미 투자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노동당이 각종 규제 자산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보이는 인프라 투자도 예기치 못한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