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발표는 세련되고 편안한 인상을 보이기 위한 노력이 역력했다.
김정은은 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평소 인민복을 즐겨 입었지만 올해에는 짙은 남색 바탕에 줄무늬가 그려진 양복 차림에 푸른빛이 감도는 넥타이를 착용했다.
올해에 김 위원장은 소파 끝에 걸터 앉았다.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한 곳을 바라봤으며, 이야기하는 주제가 바뀔 때마다 대본을 쳐다봤다.
북한은 영상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을 언급할 때 각국 정상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이 이룬 성과들을 나열할 때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길게는 3분 넘게 노출했다.
오전 9시 조선중앙TV로 공개한 김 위원장의 이번 신년사는 이날 자정에 녹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이 나타나기 전 영상이 보여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바깥은 깜깜했으며, 청사 외벽 걸린 시계는 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발언을 시작할 때 집무실에 놓인 시계는 0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신년사 시작한 지 8분이 지났을 때부터 시간을 확인할 수 없게끔 시계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갈 즈음 시계는 0시 55분을 가리켰다.
화면에 잡히는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었고 다른 벽에는 책과 서류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속 김일성 주석은 짙은 회색의 양복과 자주색 넥타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인민복을 입은 채 집무를 보고 있다.
이날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 위원장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3대로 추정된다.
두 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동시에, 나머지 한 대는 김일성 주석 사진만 잡히도록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며 청중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강당에서 홀로 마이크 여러 대를 일렬로 세워놓은 채 연설해왔다.
공식 행사에 부인 리설주 여사를 동행하거나, 2017년 신년사 발표 때부터 양복을 입는 등 '정상국가 지도상'을 지향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방송 연출방식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안정감 있고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점에서 이번 신년사 형식이 매우 파격적이었다"며 "김 위원장 뒤로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걸어놓은 것도 특이했다"고 평했다.
특히 올해는 중앙TV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신년사 발표를 위해 노동당 중앙청사에 입장하는 장면부터 공개했고, 김창선 국무위원장 부장이 맞이했으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 등 최측근 인사들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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