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지낸 허인 행장, 국민은행 새해 벽두 '총파업' 막아낼까

입력 2019-01-01 07:00
수정 2019-01-01 12:34

KB국민은행의 내홍이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놓고 노동조합과 갈등의 고리를 풀지 못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총파업 위기에 놓였다. 과거 노조위원장을 지낸 허인 국민은행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는 오는 8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27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1만4343명 가운데 1만1990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만1511명(96.01%)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파업은 합법적이다. 노조와 사측은 작년 9월18일부터 12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또한 결렬됐고, 파업 찬반투표를 거치면서 합법적 쟁의(파업)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양측은 문을 열어 놓고 매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총파업 전에 사측과 원활한 합의에 이른다면 오는 8일 파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 근무환경·처우개선 등 조합원들의 입장을 사측이 임단협에 충분히 반영한다면 파업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전년(300%)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을 놓고 매해 노사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온 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해 단계적으로 이익을 배분하자고 노조를 설득 중이다.

성과급과 함께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매년 100만원) 지급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등도 노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임단협을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농협은행의 임단협은 지난해 말 타결됐고,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임단협 파행으로 파업이 예고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허인 행장이 시중은행장 중에서 유일하게 노조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에 은행 내외부에서는 허인 행장이 총파업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파업해도 인터넷·모바일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파업 자체에 대한 고객의 비판과 우려가 클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파업은 불필요하다. 결국 허인 행장이 파업 전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3일 광주에서 마지막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해 12월18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19일), 대전(20일)을 거쳐 26일에는 서울 여의도 본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