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으로 인한 추가부담 없다"…기업 비명을 엄살로 여기는 정부

입력 2018-12-31 16:05
현장에서

심은지 경제부 기자



[ 심은지 기자 ] “실제 임금 인상 폭은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줄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해 16.4%(최저임금 인상률)가 그대로 올라간다든지, 새해에도 10.9%가 다 올라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하루 앞둔 31일 브리핑에서 “지난 1~10월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 인상률은 5.3%”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들이 힘들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임 차관의 설명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관한 정부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기업들은 당장 최저임금 인상에다 시행령 개정으로 ‘이중 충격’에 악소리를 내는데도 고용부는 산업계 비명을 ‘엄살’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임 차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들 추가 부담은 전혀 없다”는 정부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그는 “오해가 있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추가적인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20%가량의 추가 부담을 발생시킨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일까. 현실적인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못했던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이 시행령 개정으로 한꺼번에 인건비 폭탄을 맞은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고용부 설명에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시행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읽혔다. 고용부는 고연봉자가 최저임금법에 위반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기업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6개월 내에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력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대답뿐이었다. 임금 인상조차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협상이 지연되곤 하는데 임금체계를 바꾸는 일을 6개월 내에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는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임 차관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확정됐고 추가적으로 반발하는 부분은 소모적인 논쟁이나 갈등”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면서 “실제 영세기업들이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또 정부가 어떤 부분을 해줬으면 좋겠는지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반대해도 귀를 닫는 고용부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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