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감독할 독립이사에 '머스크 친구' 앉힌 테슬라

입력 2018-12-30 19:02
앨리슨 오라클 회장 등 2명 선임
친분 깊어 역할수행 부적절 논란


[ 유승호 기자 ]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견제·감독할 독립이사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겸 회장 등 두 명을 선임했다고 CNBC가 지난 28일 보도했다. 또 한 명의 독립이사는 제약회사 월그린부트얼라이언스의 인사담당 임원 케이틀린 윌슨 톰슨이다.

독립이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머스크 CEO의 발언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8월 머스크 CEO를 증권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가 독립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의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겠다는 트윗을 올려 주가 급락 등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이 사건으로 머스크 CEO와 테슬라 법인은 각각 20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서 “엘리슨과 윌슨 톰슨이 이사회에 합류해 기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리슨 회장은 머스크 CEO와 개인적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독립이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CNBC는 지적했다. 엘리슨 회장은 10월 오라클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나는 머스크의 매우 가까운 친구이며 테슬라의 매우 중요한 투자자”라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 CEO를 향한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도 직접 나서 머스크를 옹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엘슨 미국 델라웨어대 기업지배구조센터 소장은 “CEO의 친구를 이사회에 앉힌 이번 조치에 투자자는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테슬라 대변인은 “머스크 CEO와 엘리슨 회장은 몇 차례 사교 모임에서 만났을 뿐이며 지난 1년 사이엔 교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엘리슨 회장은 미국 5대 부호 중 한 명으로 테슬라 주식 300만 주(10억달러 상당)를 포함해 545억달러(약 60조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네 번 결혼하고 네 번 이혼하는 등 갖가지 기행으로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는 별명이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