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주 기자 ]
올해 증시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연초엔 작년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2600선 턱밑까지 도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6월에는 연이은 남북한,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경협주 랠리’가 펼쳐졌다.
하반기 증시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달랐다. 증시를 위협할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됐던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인상 등 악재가 현실화되자 외국인은 서둘러 돈을 뺐다. 10월엔 미 국채금리 급등과 함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코스피지수는 22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올해 증시를 요약한 주요 숫자를 정리했다.
2607.10
1월29일 코스피 사상 최고치
지난 1월29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2607.10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돌파했다. 이날 기록한 종가(2598.19)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연내 3000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파티’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며칠 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2300선까지 밀렸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는 변동성 장세에 진입하면서 지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10월부터는 미국 등 글로벌 증시 전반이 위축되면서 또 한 번 급락장을 경험했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7.3% 하락한 2041.04로 한 해를 마감했다.
98.94
올해 코스피지수 하루 최대 낙폭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11일 하루 만에 98.94포인트(4.44%) 급락하며 2129.67로 마감했다. 2011년 9월23일(-103.11포인트) 이후 7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충격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이 흔들리는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인이 하루 만에 주식 486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10월 증시를 지배한 건 ‘불안’과 ‘공포’였다. 막판엔 외국인·기관에 이어 개인마저 매도 행렬에 합류했다. 같은 달 29일 코스피지수는 1996.05로 마감, 2016년 12월7일(1991.89) 이후 22개월 만에 2000선 밑으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5.72조원
올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순매도액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5조722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연간 순매도액 기준 2011년(7조9955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해 6조5816억원, 2016년에는 11조335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2년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기관투자가도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기관은 올해 2조889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2014년부터 5년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개인은 7조45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2008년(2조8344억원) 이후 10년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하반기 급락장에 따른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강세장을 보고 올해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1201.8조원
코스닥 거래대금, 1000조 돌파
올해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해(896조3090억원) 대비 34.1% 증가한 1201조8160억원으로, 1996년 시장 개설 이후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연초부터 정부가 코스닥벤처펀드 등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1월29일 925.05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35조원
삼성전자 단일종목 최대 거래대금
‘코스닥의 봄’은 이후 증시 전반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어느새 과거가 됐다.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겹치며 상장폐지된 기업도 34개로 작년(18개)보다 크게 늘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8일 연초 대비 15.4% 하락한 675.65로 올해를 마감했다.
지난 1월31일 삼성전자는 보통주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50 대 1) 줄이는 액면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 거래대금은 3조3500억원으로 종전 단일종목 역대 최대 거래대금 기록(2008년 LG LCD, 2조2700억원)을 뛰어넘었다.
액면분할 뒤 5월4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삼성전자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공세 속에 불과 7거래일 만에 5만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D램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면서 4만원 밑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24
시총 ‘1조 클럽’서 탈락 상장사 수
지난 2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상장사(우선주 제외)가 작년 말(211개) 대비 24개 줄어든 187개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4개, 코스닥시장에서 10개 감소했다. 넥센타이어, 솔브레인, LIG넥스원, 하나투어, 동국제강, 동원산업, 네이처셀, LG상사, 한일시멘트 등이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한 상장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반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엠, 더블유게임즈, JYP엔터테인먼트, 카페24 등은 새로 이름을 올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