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상금왕까지 나와
정선아 WGTOUR 시즌 상금
스크린골프 사상 첫 1억 돌파
등록 선수 男 1730명·女 520명
'투어·스크린' 병행 골퍼도 늘어
'스크린황제' 김홍택, 투어 우승
[ 조희찬 기자 ]
지난 15일 대전 골프존조이마루 전용 경기장에서 끝난 시뮬레이션 여자골프 대회 ‘2018 롯데렌터카 WGTOUR 하반기 챔피언십’(총상금 1억원)에서 우승한 정선아(27)가 차지한 상금은 2000만원. 그는 올 시즌 누적 상금 1억1065만2500원을 기록하며 남녀를 통틀어 스크린골프 사상 처음으로 상금 1억원 고지를 밟았다. 그가 기록한 상금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40위에 해당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55위에 오를 수 있는 액수다. 모두 1부 투어 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순위다.
출범 7년 만에 억대 상금자 배출
2012년 우려 속에 출범한 사상 첫 시뮬레이션 프로골프투어인 남자 GTOUR와 여자 WGTOUR는 7년 만에 올해 억대 상금왕을 배출하게 됐다. 8억원(남녀 합계)으로 출발한 투어 총상금 규모는 올해 15억원으로 뛰며 2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대회 규모는 남녀를 통틀어 20개까지 늘어났다. 결선 참가 인원도 남녀 각각 104명과 66명으로 일반 대회와 견줘도 될 규모다. 등록 선수는 GTOUR가 1730명, WGTOUR가 520명에 달한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KPGA 코리안투어(약 6300명)와 마흔을 넘긴 KLPGA투어(약 2470명) 숫자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GTOUR와 WGTOUR가 짧은 시간 내 연착륙한 것은 매년 스크린골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골프존이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대한민국 골프인구 조사 결과(2017년)’에 따르면 2017년 스크린골프 인구는 2016년에 비해 66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37만 명 늘어난 필드 골퍼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20~30대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골프에 입문하는 젊은 층이 진입 장벽이 낮은 스크린골프를 선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회 창설 첫해에 참가한 한국투자증권, 칼슈미트 등 일반 기업의 뒤를 이어 스크린골프와 비교적 이미지가 상통하는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등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WGTOUR는 롯데렌터카가 단독 타이틀 스폰서로 뛰어들 정도로 후원 경쟁이 치열하다.
투어 선수들도 기웃
GTOUR와 WGTOUR는 최근 현역 프로골퍼들이 시뮬레이션 골프 전문 선수로의 전환을 고려할 정도로 성장했다. ‘스크린 황제’ 김홍택(26)이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뮬레이션 골프의 효력을 입증했다. 여기에 이동 경비와 캐디피, 협회가 공제하는 협회비 등의 기타 지출이 없어 실제로 손에 쥐는 상금액이 훨씬 크다는 점도 프로골퍼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이번에 상금 1억원을 돌파한 정선아도 KLPGA 드림(2부)투어 출전을 과감히 줄이고 WGTOUR에 집중하면서 성과를 이뤘다. 정선아는 “상금 1억원을 달성하기 전에도 많은 동료 골퍼가 WGTOUR에 관심을 두고 여러 질문을 해왔다”며 “점프(3부)투어나 드림투어 일정과 겹치지 않을 때 병행하는 골퍼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WGTOUR의 가장 큰 매력은 경비를 절약할 수 있고 출퇴근이 가능해 체력적인 소모가 훨씬 덜하다는 점”이라며 “시뮬레이션 골프가 실제 필드 골프의 70% 정도를 구현하고 그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