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게 더 얇게...반도체, 디스플레이 ALD '코팅'의 세계

입력 2018-12-28 16:18
수정 2018-12-28 16:25


(고재연 산업부 기자) 반도체 공정에는 ‘증착’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웨이퍼를 특수 물질로 균일하게 ‘코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공법이 있지만 이 중 가장 얇고 정교한 코팅이 가능해 각광받는 기술이 ALD(atomic layer deposition)다. 단어 그대로 웨이퍼 표면에 원자 두께의 얇은 막을 씌우는 ‘원자층 증착법’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해 박막 두께를 미세하고 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반도체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ALD의 섬세한 공정이 더욱 주목을 받은 이유다. 이렇게 반도체 부문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ALD 공법이 최근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부문으로 확대되며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ALD 공법은 1973년 필란드 헬싱키대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당시 기술은 개발했지만 쓸 곳은 없었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균일한 박막을 증착하는 기술이 중요해졌고, 현재는 가장 이상적인 증착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ALD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 먼저 상용화됐다. 1990년대 후반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양산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더 얇은 막을 형성하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웨이퍼에 나노 수준의 미세한 패턴을 새기려면 증착하는 막의 두께도 얇아져야 한다. ALD는 원자 단위로 미세하게 막을 형성한다. 기존 증착장비보다 극자외선(EUV) 공정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등의 회사가 ALD 장비를 국산화하며 관련 생태계를 키웠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존 CVD(화학기상증착) 공법과 비교해 도입 비용이 비싸고 제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생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ALD 공법을 양산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이어 폴더블, 롤러블 등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가 양산을 앞두고 있어서다. ALD 기술은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OLED 유기물을 보호하는 봉지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의 CVD 공법과 비교해 더 얇은 무기막을 형성할 수 있는 데다 곡률반경도 더 작게 꺾을 수 있다. 폴더블 패널을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해도 봉지막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폴더블 패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LD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위한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 OLED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용 초소형 OLED를 의미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소량 생산하고 있고,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중국 윈난성 쿤밍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태양광 전지에는 2012년부터 관련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뿐만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도 ALD 공법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임플란트, 스텐트 등 생체에 삽입되는 금속 재료의 표면 처리 과정에서 원하는 물질을 균일하게 코팅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ALD 연구용 장비를 개발하는 중소기업 씨엔원(CN1)은 글로벌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에 총 7대의 ALD 시험 장비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중국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BOE의 투자를 받은 중국 마이크로 OLED 생산 업체 올라이텍에도 시험 장비를 납품했다. 정재학 씨엔원 대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에너지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ALD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최근 모든 산업 분야에서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전자 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 등 이종산업에서도 ‘ALD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 /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