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계산으로 '脫원전' 밀어붙인 정부

입력 2018-12-27 17:47
수정 2019-01-29 17:18
10.9%만 인상하면 된다더니…전기요금 47%+α 오른다

송배전 설치비용 등 쏙 뺀채 韓電 전력구입비 단순 반영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률을 풍력 등 신재생 전체에 적용


[ 서민준 기자 ] ‘탈(脫)원전에도 전기요금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2030년까지 고작 10.9%에 그칠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때 제시한 수치다. 탈원전에도 전력 수급은 문제가 없다는 근거이자 에너지 전환 정책의 강력한 기반이다. 하지만 이 근거가 허술한 통계에 바탕을 두고 마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2030년 전력구입비 전망’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탈원전 정책 시행으로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2017년 43조9566억원에서 2030년 48조7378억원으로 10.9%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전기요금 역시 그만큼 오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기료엔 전력구입비뿐 아니라 한전의 송배전 비용, 판매 비용 등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발전기를 소규모로 많이 지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송배전 설비 설치에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정부는 전기료 전망에서 이 부분을 쏙 뺐다.

정부는 또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2030년까지 19.5%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전기료 인상을 추계했다. 19.5%는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 전망치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양광의 신재생 비중은 고작 15%”라며 “풍력 등 다른 에너지를 빼고 계산한 게 허술하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별 가격 전망을 다시 계산한 결과 총 단가는 4.1% 하락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전망(19.5%)의 5분의 1 수준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단가 하락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게 반영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2030년 전기 수요와 물가, 연료비가 작년과 똑같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전기료 인상률을 계산했다.

제대로 분석한다면 전기료는 얼마나 오를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전기 수요와 물가, 연료비 등의 상승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2030년 전력구입비는 2017년에 비해 최소 46.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정도 송배전 비용 증가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상승률은 47%보다 높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알려왔습니다] 2018년 12월 28일자 A1면 3면 '엉터리 계산으로 '脫원전' 밀어붙인 정부' 기사

본지 2018년 12월 28일자 A1면 <엉터리 계산으로 ‘脫원전’ 밀어붙인 정부>, A3면 <정부 사실상 ‘탈원전 분식회계’…허술한 통계로 ‘전기료 폭등’ 감춰> 기사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 연구기관의 객관적 통계와 합리적 전제에 기초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영향을 전망했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시 이런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 전기요금 영향을 과소 추계하거나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정부의 전기요금 전망을 불법행위인 분식회계에 비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 산업부 입장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