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혼자 술 마시면 좋은 이유?…타인에게 더 너그러워져요"

입력 2018-12-27 17:24
박경희 여성정책硏 객원연구원


[ 주은진 기자 ]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은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위한 술집도 있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혼자 술 마시는 엄마, 아내, 며느리들 모습은 여전히 장막에 가려져 있다. 산문집 《혼자 술마시는 여자》는 집에서 가족들 눈을 피해 ‘몰래’ 혼술을 해야 하는 이 시대 혼술족에 던지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혼술 고백기다.

혼술 20년차인 저자 박경희 씨(사진)는 한국YWCA연합회와 MBC시청자위원회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며 분노조절, 마음치유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간은 아내이자 두 아들의 엄마로 보냈다. 책은 술과 함께 보낸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2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밥상이자 술상인 우리집 식탁 위에서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썼다”며 “혼자 부끄럽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들에게 ‘이젠 당당하고 편안하게 마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서 저자는 술을 ‘가족과의 연결고리이자 안식처’라고 말한다. 그는 “술이 있었기에 가족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평소 술을 안 드시던 시어머니도 이제 같이 마시지 않으면 마음 상해하신다”고 웃었다.

얼큰하게 취한 채 가족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쓴 그의 창작 시도 책에 가득하다. 술에 취한 엄마 말에 귀기울여주는 아들에 대한 고마움과 지금까지 함께 가정을 꾸려온 남편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는 시들이다.

혼술혼밥을 ‘정신병’의 일부로 보는 시선에 저자는 ‘남성 중심’ 술 문화에서 비롯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회식 자리에서 다 같이 술을 마시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혼술이 어색하고 위험해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책에 소개된 ‘혼술이 좋은 열 가지 이유’도 그래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술잔을 기울일 때 되레 집안일이 잘 되고 타인에게 더욱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권주가’가 아니라 ‘사랑가’라고 강조한다. 술이 소재지만 글은 주위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으면 남겨준 술을 마시며 엉엉 울라는 아버지, 자식의 생일을 기념하며 혼술하는 어머니를 보고 눈물 짓는 시도 그러하다. (박경희 지음, 올림, 224쪽, 1만원)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