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노조 불법행위 기업에 부담"…문재인 대통령에 쏟아진 쓴소리

입력 2018-12-26 17:41
청와대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문재인 대통령, 1년 만에 경제자문회의 주재

김광두 "기존 정책으론 산업변화 감당 못해…혁신 시급"
성태윤 교수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한계기업들 어려움"
문재인 대통령 "추격형 경제 수명 다해…中企 중심 혁신해야"


[ 손성태 기자 ]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마무리하면서 한 발언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내렸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산업정책이 부재했다”는 질책에 이어 선도산업 육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추격형 경제 한계 도달

문 대통령은 이날 “지금까지 ‘추격형 경제’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계속 그 모델로 가는 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며 “중소기업 혁신도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것이 우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는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자유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 방향에 대해 쓴소리가 쏟아졌다. 김광두 부의장은 특히 문 대통령을 앞에 두고 기업 ‘기 살리기’ 차원에서 적폐청산 부작용 등 현장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했다. 김 부의장은 “적폐청산으로 범법행위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그 범위와 기준이 모호해 다수 기업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범위와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 활동의 자유는 인정하되 노조의 불법행위는 막아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자문위원회 거시경제 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한계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체적인 산업구조 개편 및 노동시장을 비롯한 자원 재배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완곡한 어조였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이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거시경제 분과위원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산업혁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회와 유인”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기회와 혁신요인을 제공하기 위해 경제 구조와 법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위원의 제언도 잇따랐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가정신과 직원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혁신기업 모델을 위해선 사람중심, 혁신기업 적극 발굴 및 육성, 기업가정신 촉진을 위한 기업대화 채널 구축 등 방안을 제시했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는 “사람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은 적극 공감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경쟁력 강화가 일자리 창출”

김 부의장은 이날 “한국 경제 최대 과제인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업종별 민관 대화채널인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김 부의장은 “한국 산업이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며 “이런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산업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산업전략 방향으로는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핵심기술의 선택과 집중 △플랫폼 정부 구축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 개혁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 6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김 부의장은 독일·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싱가포르의 ‘산업변혁지도’를 참고 자료로 소개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