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거리두던 코스피, 연말 2000선 지켜낼까

입력 2018-12-25 18:12
美·日 '블랙 크리스마스' 후폭풍
26일 결산 배당기준일…복잡해진 투자 전략

산타 랠리 대신 '검은 산타' 출현
"디커플링 속 바닥 다지던 코스피…美·日 증시 한파에 2000선 장담 못해"

빛바랜 연말 배당투자 '매력'
"올해 사상 최대 배당 예상되지만 저점 매수 자금유입 위축될 것"


[ 최만수/전범진 기자 ]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검은 성탄절’ 쇼크에 빠지면서 연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폐장일(28일)을 앞두고 자칫 2000선을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연말 투자 기회를 노리던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26일 결산 배당기준일이자 주식 양도세 회피 매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스피 2000선 지지 ‘촉각’

코스피지수는 이달 미국 증시 급락에도 꿋꿋한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 24일에도 0.31% 내린 2055.01로 마감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로 장이 쉬는 동안 미국 증시가 24일(현지시간) 3% 가까이 추가 하락한 데 이어 25일엔 일본 증시가 5.01%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닛케이225지수 20,000선이 붕괴되면서 연쇄적으로 코스피지수 2000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코스피지수가 2% 하락하는 동안 S&P지수가 14.8% 떨어지며 격차가 커진 것도 부담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다르게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증시가 연속 급락하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 지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급락세를 타던 지난 10월29일 1996.05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한 후 2000선을 지켜왔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상태라고 하지만 90일 안에 해소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 비해 우리 시장이 미리 빠진 측면이 있어 낙폭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반등을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당투자 심리도 약화

연말 고배당주 쇼핑을 노리던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26일은 결산 배당기준일이다. 올해 폐장일(28일)을 감안하면 결산 배당을 받기 위해선 26일까지 주식을 사야 한다.

올해는 한국 주식의 배당 매력이 어느 때보다 크다.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올해 배당 규모는 30조원대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중간 배당금 규모는 약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약 4조6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배당금 총액도 작년에 이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배당은 늘어나는데 주가는 떨어져 있어 시가배당률이 높아졌다. 배당락일(27일) 주가 하락을 감안해도 배당 수익이 커 연말 배당 투자를 노릴 만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김 센터장은 “배당 매력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해도 주가 낙폭을 방어해줄 만큼 크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를 피하기 위한 세금 기준일까지 매도세가 이어진 직후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올해는 이 같은 저점 매수 자금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조정을 받으면서 양도세 회피 매물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주가가 5% 이상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가운데 3~4%의 고배당이나 양도세 이슈 종료를 노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전범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