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가꾸는 행복한 일터·삶터·쉼터…취약계층·환경도 보듬어

입력 2018-12-25 14:18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

생활 분야 우수기업


[ 김기만 기자 ] 마을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윤 추구 중심의 기업 운영에서 벗어나 함께 잘사는 길을 찾는다. 이를 통해 이웃과 공동체를 되찾으려 한다. 옛날 시골마을의 풍광을 복원하려는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텃밭 만들고 면생리대 보급

서울 금천구에 있는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마을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환경단체 ‘숲지기, 강지기’로 출발해 오랫동안 쓰레기가 더미가 쌓여있던 곳을 공동텃밭으로 만들었다. 마을 곳곳을 화초로 단장했다.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집단상담, 같이 밥 먹는 활동을 했던 하루밥상 등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런 경험은 2013년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솜씨공방, 원예공방을 운영하며 수공예품을 생산하고 체험교육, 손바닥정원 만들기 등을 한다. 금천구청 안에서 공정무역카페도 운영한다. 김혜숙 대표는 “마을기업이 미래의 복지”라며 마을에서 행복한 일터, 삶터, 쉼터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목화송이협동조합은 ‘면 생리대’ 보급에 앞장서온 도봉구 마을기업이다. 2013년 협동조합으로 설립됐지만 2006년부터 면 생리대 보급에 힘썼다. 에코백, 앞치마, 장바구니 등 다양한 바느질 제품도 생산한다. 에코백은 ‘하이서울 우수상품 어워드 인증(아이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한경아 대표는 “다양한 원단으로 시중에 없는 물건, 환경을 생각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예쁜 패턴, 꼼꼼한 바느질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을가게와 평생교육원 운영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 광진구에서 마을가게,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며 ‘행복한 동네’를 조성하고 있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모임으로 출발해 협동조합 설립 이후 돌봄, 제조(유기농 쿠키, 과일청), 교육, 지역문제 해결, 일자리 창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평생교육원에서는 디자인 교육 및 워크숍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의 디자이너, 요리체험 진로체험 교육을 한다. 광진아이누리애는 향후 지역 주민과 사회적 경제 기업의 상품을 발굴, 제품화를 지원하고 평생교육이 결합된 커뮤니티 비즈니스 서비스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꽃별 대표는 “앞으로도 제조형 마을가게와 마을형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 거점으로서 지역 인적자원 개발과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취약 계층을 위한 제품 개발

함께 잘사는 일은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약계층이나 후손의 미래를 당겨 쓴다는 마음으로 환경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다.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은 청각장애인 소통지원 플랫폼을 만든 기업이다. 특수학교 교사로 있던 박원진 대표가 2012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 참가해 ‘청각장애인 자막지원 플랫폼’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으면서 창업으로 이어졌다. 에이유디(AUD)는 ‘Auditory Universal Design’의 약자로 ‘청각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에이유디는 앱 플랫폼(쉐어타이핑), 글래스로 자막을 볼 수 있는 스마트안경(쉐어글래스), 문자통역사가 없이도 인공지능 음성인식을 통해 문자통역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쉐어톡), ‘문자통역 서비스’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청각장애인들이 세상 속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문자통역 서비스(쉐어톡)를 확장해 병원이나 은행 방문 등 일상생활에서 청각장애인들이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의류를 만드는 세진플러스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은나노 복합체 항균 원단으로 제작한 병원복, 수술복, 가운, 환경미화원 근무복 등을 생산한다. 디자인부터 봉제, 자수, 날염까지 원스톱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최근에는 옷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각종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섬유패널 건축자재인 플러스넬도 개발했다.

대지를위한바느질은 오가닉 코튼, 옥수수 전분 섬유, 천연 한지 섬유, 천연 쐐기풀 섬유, 천연 염색 등 친환경 의류 제품을 만든다. 특히 결혼식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에코웨딩’은 자연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결혼식으로 주목받았다.

우리나라 공정무역을 선도해온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빈곤국의 여성들이 만드는 핸드메이드 의류와 수공예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루테라피’라는 브랜드로 유기농 화장품, 수제비누, 향초, 천연오일 등도 판매한다. 패션 브랜드 ‘그루’, 코스메틱 브랜드 ‘그루 테라피’, 리빙 브랜드 ‘꼬말핫’을 운영하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