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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 '공격 마케팅' 나설 때 계속되는 악재로 여론 눈치
[ 이승우 기자 ]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해보면 항상 KT가 가장 앞서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KT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잇따른 악재가 미친 후폭풍을 이같이 전했다. 대부분은 지난달 24일 서울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가 초래한 ‘통신대란’의 충격파다. 부실한 통신망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이 KT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에게 KT가 골프접대를 하며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KT는 이 같은 ‘내우외환’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 1일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5G 시대가 열렸지만 존재감을 발휘하기는커녕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할 처지다. 5G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 행사를 취소한 이후 뚜렷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쟁사인 SK텔레콤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여는 기술, 5GX’를 내걸고 대대적 마케팅에 들어갔다.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등 기업 간 서비스(B2B)를 소개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일상을 바꿉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전국에 5000개 이상 기지국을 설치하는 등 발 빠르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치열한 주도권 잡기 경쟁이다.
KT엔 ‘트라우마’가 있다. 2011년 4세대 이동통신(LTE) 상용화 당시 경쟁사들보다 반년가량 서비스를 늦게 시작했다. 2G 주파수를 LTE에 사용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같은 해 12월에나 주파수를 송출할 수 있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아이폰을 들여오는 등 ‘스마트폰시대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얻었던 KT였다. LTE 서비스가 늦어지는 바람에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 점유율 일부를 빼앗겼다.
KT가 올초부터 5G 시대를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은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통신 파트너를 맡아 ‘5G=KT’ 인식을 심었다. 강원 평창과 강릉 일대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싱크뷰, 타임슬라이스, 옴니뷰, 360도 가상현실(VR) 영상 등 5G를 활용해 실감 나는 미디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KT 내부적으론 아현지사 화재 이슈가 마무리되는 대로 5G 마케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황창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 5G 서비스 성공을 바탕으로 5G 상용화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포부대로 다시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면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와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