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부문 온라인마케팅 팀장에 '윌리엄 김' 영입 추진
온라인에서 구매 결정하는 18억 밀레니얼 세대 겨냥
디자인 감각·디지털 전략 갖춘 '패션인'에게 마케팅 '키' 맡겨
위기의 IM에 '충격 요법' 해석도
[ 오상헌 기자 ] 윌리엄 김 전(前) 올세인츠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패션인’으로 꼽힌다. 구찌, 버버리 등 그의 손길이 닿은 브랜드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탔기 때문이다. 2012년 파산 위기에 몰린 올세인츠는 김씨가 CEO로 취임한 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내 전 세계 26개국에 230여 개 매장을 둔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섰다.
비결은 ‘디지털’에 있었다. 그는 “아날로그는 설탕보다 나쁘다”며 올세인츠의 마케팅은 물론 제조, 물류, 판매 등 가능한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바꿨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입맛에 맞게 뜯어고친 온라인 매장은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 삼성전자가 ‘패션인’에게 IT·모바일(IM) 부문의 온라인 및 리테일 마케팅을 맡아 달라고 ‘러브콜’을 보낸 배경이다.
온·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혁신
삼성전자가 김 전 CEO에게 맡기려는 핵심 업무는 온라인 마케팅이다. 이를 위해 전략마케팅실에 있는 온라인팀을 떼어내고, IM 부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온라인 마케팅 관련 인력을 한데 모아 김 전 CEO 산하에 두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필요한 제품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매할 브랜드를 마음속으로 결정한 뒤 매장에 들른다”며 “온라인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CEO는 패션인인 동시에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라며 “오랜 기간 패션업체에 몸담으면서 익힌 ‘디자인 감각’과 디지털 전략을 통해 회사를 업그레이드시킨 ‘디지털 성공 체험’을 높이 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구찌와 버버리에서 각각 부사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마케팅을 주도했다. 올세인츠 CEO 시절에는 “패션업체도 구글처럼 일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구글과 협업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 각지에서 일하는 3000여 명의 직원이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서류를 공유하고, 구글의 메신저 프로그램인 ‘행 아웃’으로 회의하도록 했다. 홈페이지는 물론 물류, 고객 서비스까지 본사가 디지털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온라인 스토어다. 덕분에 올세인츠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20% 이상으로, 경쟁 브랜드의 3~4배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단시일 내에 올세인츠의 기업문화까지 ‘디지털 퍼스트’로 바꾼 김 전 CEO의 노하우와 추진력을 삼성이 배우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진용 갖춘 IM 부문
IM 부문은 올해 말 삼성전자 임원 인사 및 성과 보상에서 3개 부문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든 8조6600억원에 그친 탓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전(CE), 반도체·부품(DS)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승진 임원 수는 적은 반면 퇴직 임원 수는 많았다. 퇴직자가 많다 보니 총 임원 수는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보너스도 3개 부문 중 가장 적은 ‘월 기본급의 25%’를 받는 데 그쳤다.
리더십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네트워크사업부 수장이 전경훈 부사장으로 바뀌었고, IM 부문 마케팅을 총괄해온 이영희 부사장이 최승은 전무에게 자리를 넘기는 등 수뇌부 일부가 교체됐다. 이 부사장은 전사 조직인 글로벌마케팅센터(GMC)만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IM 부문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위기 돌파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찾은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