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20억弗 추가 투자 한 달…활기 가득찬 쿠팡 본사 가보니
'로켓배송 상품' 확대 요구에
1년 만에 상품 200만→500만개
"적자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투자 지속"
[ 안재광 기자 ]
‘고객을 와우 할 수 있게 만들자(Wow the Customer).’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 들어서면 전광판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한 개발팀이 벽면에 붙여 놓은 장문의 글귀도 인상적이다. ‘검색어에 표현되지 못한 고객의 의도까지 파악하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검색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탐색에 유용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쿠팡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0억달러의 투자 유치를 발표한 지 한 달여. 지난 20일 방문한 쿠팡 본사는 젊은 직원들의 활기로 가득 찼다. 회사 안팎에서 제기된 위기감은 사라졌고 ‘쿠팡의 실험’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고객 불만 해소가 출발점
쿠팡은 지난해 2조681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그 두 배인 5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손 회장의 비전펀드는 쿠팡의 가치를 90억달러(약 10조원)로 추산했다. 2010년 설립 이후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고객 만족’ 원칙에서 나왔다.
쿠팡은 고객의 불만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았다. 배송에 불만이 쌓이자 직접 물류 창고를 짓고, 택배 차를 사고 쿠팡맨을 직접 고용해 하루 안에 가져다줬다. 쿠팡의 상징이 된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 가능 상품이 적다’는 불만이 나오자 개수를 확 늘렸다. 올초 200만 개 안팎이던 것이 현재는 500만 개를 넘겼다. 결제할 때 비밀번호를 넣는 것도 귀찮다는 고객을 위해 올해 초 ‘로켓 페이’를 도입했다. 결제 버튼만 누르면 바로 주문되도록 했다.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했다. 이런 식으로 투자하려면 번 돈으로는 부족했다. 외부 투자자가 준 돈은 전부 고객 만족을 채우는 데 썼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적자에 대한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말이 나오면 자연히 돈은 벌 수 있다고 봤다.
‘쿠팡하다=쇼핑하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의 이 같은 비전에 손 회장도 공감했다. 2015년 10억달러 투자에 이어 20억달러 추가 투자로 화답했다.
직원 간 자유로운 의견 교환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소통이었다. 쿠팡은 작년 4월 본사를 서울 테헤란로에서 잠실 송파대로로 옮겼다. 기둥 없이 뻥 뚫린 공간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다. 사옥 모든 벽면에는 수천 개의 화이트보드를 설치했다. 직원들이 오가다 만나면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하란 뜻이다. 회사는 거대한 캠퍼스처럼 만들었다. 회의실, 강의실만 수백 개다. 언제든 좋은 의견을 듣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비전을 공유하란 뜻이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테크 COP’ 행사에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연사가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외국인 직원도 적극적으로 받았다. 본사에는 미국 중국 등 20개국에서 온 70여 명의 외국인이 근무 중이다. 사내에는 60여 명의 통·번역사도 뒀다.
직급도 없앴다. 차장, 대리 등 직급이 명함에 적혀 있긴 하다. 하지만 사내에선 별명을 부른다. 김 대표는 ‘범’으로 불린다. 김영태 부사장은 ‘제프’다. 추장, 래빗, 망고, 키티 등 별명은 자기가 짓고 싶은 대로 짓는다. 이 별명을 책상에 큼직하게 붙여 놔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쿠팡 본사 직원 3000여 명의 평균 연령은 32.5세다.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다. 또 본사 직원의 40%는 엔지니어다. 이 젊고 역동적인 직원들은 성과에 따라 철저하게 보상받는다. 에이스 직원으로 분류되면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타가기도 한다. 고객 만족에 집중한 쿠팡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