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취약차주 채무조정, 논란있지만…'신용질서' 훼손 없다"

입력 2018-12-21 11:30

"취약차주 채무조정이 빌린 돈은 어떠한 경우라도 갚아야 한다는 건전한 상식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최종회의에서 "채무조정은 가치대립이 자주 발생하는 영역"이라며 "점진적인 방법으로 양측의 균형을 모색해 왔고, 채무자 친화적으로 제도를 추가 개선하는 것이 현 시점의 정책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채무·이자부담 경감 등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

322만명 한계차주에 대한 총 32조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했고, 장기·소액연체자 58만명의 연체채무를 일괄 면제·감면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 저신용층 200만명의 고금리 이자부담을 줄였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은 "갚을 수 없는 빚에 허덕이는 채무자를 지원해 재기기회를 부여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과도한 채무감면이 빚을 잘 갚던 다른 채무자의 상환의지, 채권금융기관의 대출행태에 영향을 미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며 "서민금융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상반된 입장 간 균형을 찾아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는 어려운 과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채무에 대한 지나친 자기책임감이 추가대출을 일으키거나 채무조정 제도이용을 지연시켜 재기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점을 감안해 채무자 친화적으로 제도를 추가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최 위원장은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개편안의 기본 방향은 저소득·저신용층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편안에는 △서민자금 공급체계 △신용회복 지원제도 △전달체계 △재원 4대 부문에 걸친 20대 추진과제를 담았다. 7~10등급 대상 중금리 정책상품 신설과 민간 중금리 시장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상환능력 취약을 이유로 정책금융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정책금융이 맡고 있는 현재의 역할은 점차 민간에 이양하고, 보다 어려운 분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서민금융의 방향전환이 있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의 본질적인 기능은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기회를 성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위험을 흡수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며, 금융 스스로 위험에 극도로 민감해져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의 주기적 쏠림, 비 오는 날 우산 뺏기 등은 경제사회의 양극화와 거시불안을 확대시킨다"며 "포용금융은 금융기관의 시혜적인 사회공헌 확대가 아니라, 금융기관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최 위원장은 "제도개편은 기존에 형성된 권리와 책임의 재배분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의 과도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각계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이해관계자들의 양해와 동참을 구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