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택시 전쟁

입력 2018-12-19 18:24
김선태 논설위원


[ 김선태 기자 ] 송년회 철이다. 매년 이맘때면 송년회 끝나고 심야에 귀가하다 택시를 못 잡아 애먹은 기억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택시를 잡다 회사까지 걸어와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잤다는 사람, 오기가 생겨 서울 강북에서 강남 집까지 걸어갔다는 사람도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도 택시 잡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길을 가다 보면 전철역 주변에 주욱 늘어선 빈 택시를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왜 내가 필요할 때만 택시가 없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택시 기사를 원망하기도 한다. 특히 불친절한 기사를 만나거나 승차 거부라도 여러 번 당하면 더 그렇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 서비스 중인 우버나 그랩과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국내에선 모두 불법이라는 사실에 화도 난다. 하지만 꼭 택시업계만 탓할 일도 아니다.

현재 전국엔 약 24만5000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고 서울에만 7만1000대가량이 있다. 서울시, 카카오모빌리티 등의 분석에 따르면 전반적인 택시 공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다만 출근 시간대인 오전 7~10시, 퇴근 때인 오후 6~8시, 심야 시간인 밤 10시~새벽 2시에는 뚜렷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들 시간대에 운행하는 택시는 크게 늘지 않지만 수요는 급증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외 시간대에는 택시 공급이 수요를 앞선다.

택시 기사의 고령화(평균 연령 53.4세)와 개인택시 증가도 ‘택시 전쟁’을 부추긴다. 고령 운전자들은 수요가 많은 심야 시간대 근무를 꺼린다. 전체 등록 대수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오전 8시~오후 7시에 주로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폭우나 폭설이 내리면 출근하는 택시 기사 수는 14%와 31% 각각 감소하는 반면 택시 호출 건수는 각각 54%, 48%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구조적으로 택시 공급과 수요 간 미스매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당정이 추진 중인 택시 완전 월급제나 서울시가 밝힌 ‘승차 거부 없는 택시’와 같은 정책은 당장 택시업계나 소비자에게는 ‘당근’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재원 마련도 불투명한 완전 월급제보다는 특정 시간대와 날씨·상황에 따른 탄력 요금제나 특정 시간대 카풀 허용과 같은 제도 시행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명확한 시간 적시 없이 ‘출퇴근 때’로 카풀 허용 시간을 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극한 대립도 여기서 비롯됐다. 당장의 ‘민심 달래기’가 아니라 수급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택시업계와 카풀 업체 간, 그리고 승객과 기사 간 택시 전쟁도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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