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매운맛으로 수출신화 썼다

입력 2018-12-19 17:53
수정 2018-12-20 09:14
美는 신라면, 동남아는 불닭볶음면, 러시아선 팔도도시락…

라면 올 수출 4억弗 돌파

라면 수출 매년 급증…농심 美 라면시장 점유율 15%
삼양 '불닭 시리즈' 동남아 평정…팔도 도시락, 러시아 용기면 1위
현지 생산물량 포함땐 한국 라면 해외 판매 8억弗 넘을 듯


[ 김재후 기자 ] ‘미국은 신라면, 동남아는 불닭볶음면, 러시아는 팔도 도시락.’

한국 라면이 3각 편대를 이루며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올해 국내 라면 수출이 4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 등이 해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라면시장은 수년째 2조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라면업계는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라면 수출, 1년 만에 4억달러 돌파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라면 수출은 3억8530만달러(약 435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수출(3억8100만달러)을 넘어섰다. aT 관계자는 “라면 수출이 월평균 3500만달러 정도이므로, 12월에 평균 수준만 수출해도 올해 수출은 4억달러를 넘는다”며 “사상 최대 규모”라고 했다.

라면 수출은 매년 급증세다. 4년 전인 2015년 2억1880만달러에 그쳤던 라면 수출은 지난해 3억달러를 돌파했고, 1년 만에 4억달러를 또 넘어서고 있다.

수출 집계에서 제외되는 현지 생산을 고려하면 한국 라면 판매는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올해 농심 신라면 수출은 8000만달러 정도로 집계되지만, 미국 중국 등 현지법인이 생산해 판매한 해외 매출은 2억8000만달러다. 팔도의 러시아 현지법인 매출도 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한국 라면의 해외 소비 규모는 최소 8억달러를 넘는다는 계산이다.

대륙별 히트 라면들이 수출 주도

식품업계는 라면의 수출 지역과 제품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라면 수출 주요 국가는 중국(8950만달러)을 비롯해 미국(4560만달러) 일본(2900만달러) 말레이시아(1900만달러) 인도네시아(1720만달러) 등이다. 이 가운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한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같은 기간 19.6~30.3% 증가했다.

대륙별로 인기를 끄는 라면 브랜드도 다르다. 여러 회사의 라면이 각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선 농심 신라면이 독보적이다. 신라면은 4000여 점포를 거느린 월마트에서 작년부터 판매되고 있다. 국내 라면 중에서 유일하게 아마존에도 입점했다. 신라면 한 브랜드의 올해 미국 매출만 840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농심의 미국 라면시장 점유율은 15%로, 3위에 올라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선 삼양식품의 ‘불닭’이 휩쓸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삼양식품의 중국 및 동남아 수출은 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90%가 불닭볶음면 등 불닭 시리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의 수출가격을 국내 출하가격과 동일하게 받고 있다”며 “해상 운임과 보험료, 통관비용,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은 수입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선 팔도의 ‘도시락’이 용기면 시장에서 점유율 6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초 러시아에서 연 2억 개가 팔릴 정도로 도시락이 인기를 끌자 팔도는 2005년과 2010년 러시아에 두 개의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대형마트에선 한국에 없는 도시락 시리즈가 좋은 위치의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연간 팔리는 팔도 라면은 3억 개 정도다.

국내 식품회사 관계자는 “라면시장은 내수 정체 속에서 수출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라면이 또 하나의 한류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