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30곳 이사회…BU장·지주실장도 절반 '물갈이'
그룹 투자 집중 화학·식품BU, 김교현·이영호 사장이 총괄
지주 경영전략실장엔 윤종민…인사담당 HR실장 정부옥
감사총괄 경영개선실장 박현철
케미칼에 '전략통' 임병연…면세점엔 '영업통' 이갑 발탁
"새로운 진용으로 미래 대비"
[ 류시훈/안재광 기자 ]
자산총액 116조2000억원에 9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5위 롯데그룹은 두 축으로 움직인다. 롯데지주의 6개 실과 식품·화학·유통·호텔&서비스 등 4대 사업부문(BU)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19일 발표된 롯데의 정기 임원인사에선 4대 BU장과 6명의 실장 중 절반이 교체됐다. 계열사 대표 인사 폭도 작년에 비해 훨씬 크다. 화학, 식품, 호텔 사업 부문의 30개 계열사 중 15곳의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본지 12월18일자 A1, 8면 참조
롯데 관계자는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세대교체 인사”라고 말했다.
롯데 안팎에선 지난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및 경영비리 관련 재판의 2심이 끝나 법적인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진용을 짰다는 것이다.
BU장·지주 실장 절반 교체
BU와 지주의 인사 폭이 크다는 점이 올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해엔 한 명도 바뀌지 않았지만, 올해는 절반이 교체됐다.
롯데의 4대 BU체제는 2017년 2월 신설됐다. 그동안 이재혁(식품) 허수영(화학) 이원준(유통) 송용덕(호텔&서비스) 등 4명의 부회장이 BU장을 맡아 해당 사업부문 계열사를 총괄해왔다. 이번 인사에선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 그리고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이 물러났다.
신임 화학BU장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사장)가 선임됐다. 김 BU장은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신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롯데가 인수한 LC타이탄 대표를 맡아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 식품BU장엔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이 BU장은 2012년 롯데삼강과 롯데햄 대표를 겸직하며 두 회사를 통합해 사명을 롯데푸드로 변경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지주에선 경영전략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경영개선실 준법경영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 실 중 3개 실을 새로운 인물이 이끌게 됐다. 그룹의 신규사업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는 경영전략실장은 윤종민 HR혁신실장(사장)이 맡는다. 윤 실장은 2007년 그룹 정책본부 인사팀장을 맡은 뒤 11년간 인사업무를 총괄해온 ‘롯데의 인사통’으로 그룹 내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인사 업무에 이어 그룹의 전략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해 중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R혁신실장은 정부옥 롯데케미칼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됐다. 호남석유화학에서 인사관리를 오래 담당했고, 정책본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감사업무를 총괄하는 경영개선실장으론 박현철 롯데물산 대표가 선임됐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케미칼·면세점 대표도 교체
주요 계열사에선 롯데케미칼 대표로 선임된 임병연 지주 경영전략실장(부사장)이 주목을 끈다. 임 신임 대표는 그룹 내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혔던 인물이다. 1989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임 대표는 2009년부터 그룹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역할을 했다. 정책본부와 지주에선 주로 M&A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1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가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화학공장 투자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갑 신임 롯데면세점 대표는 1987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마케팅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친 ‘영업통’이다. 2013년부터 3년간 정책본부에서 전략 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다. 2016년부터 그룹 내 광고 대행 업무를 하는 대홍기획 대표를 지냈다. 대홍기획은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대표는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로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해야 한다. 롯데는 일본 주주가 지분 99%를 보유한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지배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실적개선이 필요하다.
롯데캐피탈 대표로 선임된 고정욱 전무는 1992년 롯데건설에 입사했다. 2003년 롯데캐피탈로 자리를 옮겨 영업본부장 등을 지내고 이번에 대표가 됐다.
류시훈/안재광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