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금리 상승 등 악재 산적
"반등하더라도 피난처 찾아야"
미국 경제 분명한 둔화세 강조
트럼프는 Fed 자산 축소 반대
"지금도 시장 유동성 부족"
[ 김현석 기자 ]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2009년 시작된) 뉴욕증시 강세장이 끝났다”고 18일(현지시간) 말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또 미국 경제는 경기가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8년간 Fed 의장으로 재임하며 미 증시를 3배 오르게 했던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 인상 신중론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Fed가 작년 10월 시작한 보유자산 축소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동성 공급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증시가 만약 이쯤에서 안정을 되찾고 다시 오른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며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 반등이 끝나면 피난처를 찾아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성적표는 4분기 들어 최악이다. S&P500지수는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연초에 비해 4% 가까이 떨어졌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시장 변동성의 중요한 요인으로 장기 실질 금리의 확연한 상승을 들었다. 과다한 기업 부채를 고려할 때 금리 오름세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거듭 내놨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 경제는 불황 속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을 수 있다”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얼마나 강할지 얘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최근 폭스비즈니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는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둔화되고 있다”며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은 약 2.5%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아마 최대 2~2.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의 연 4.2%, 3분기의 연 3.5%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금도 시장 유동성이 부족하다”며 “‘50B’(500억달러 규모 긴축)를 중단하라”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Fed의 양적완화 중단과 보유자산 축소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500억달러는 Fed가 지난 10월부터 확대한 월간 자산매각 규모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Fed는 작년 10월부터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에 나섰다. 돈을 푸는 양적 완화의 반대 정책으로 양적 긴축(QT)을 말한다. 보유채권을 줄이는 만큼 시장 유동성은 감소한다. 지난 10일 기준 Fed 자산 규모는 4조883억달러로 40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최근 Fed가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지적되면서 월가에선 자산 축소 정책도 조기에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빈센트 주빈스 JP모간자산운용 전략가는 “양적 긴축으로 상승한 장기 금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Fed는 언제 자산 축소를 끝낼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대차대조표 축소가 2020년이나 2021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다만 월가 투자은행(IB)들은 자산 축소가 파월 의장이 시사한 것보다 더 빨리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유동성 증발로 시장과 경기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내년 9월께 자산 규모가 3조8000억달러에 달하면 자산 축소를 그만둘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