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압수수색'을 일주일씩?…압수수색의 ABC는

입력 2018-12-19 14:00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9일까지 인천 송도 삼바 본사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시작된 후 일요일인 16일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된 압수수색인데요. 검찰은 이번 주 내로 영장 집행을 마칠 계획이라 합니다. 일주일 가까이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겁니다.

이 과정을 보고 ‘무슨 압수수색이 일주일씩이나 걸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히 압수수색이라 하면 검사와 수사관이 갑자기 들이닥쳐 파란색 검찰 박스를 내려놓고는 보이는대로 자료를 주어담는 장면을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영화에서 보여준 검찰 압수수색 장면들이지요.

하지만 실제 압수수색 과정은 다릅니다. 디지털 자료가 많은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령 컴퓨터 내 특정 자료가 압수수색 대상이라면 그 컴퓨터를 통째로 압수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통째로 검찰로 들고와 관련 자료를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증거 수집 방법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가 생긴 이후 검찰에서는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을 제대로 따지는 추세입니다.

대검찰청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제12조에 따르면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검증할 때에는 수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실시하여야 하고, 모든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럼 실제 압수수색 현장에선 어떤 식으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게 될까요. 우선 디지털 포렌식 장비가 동원됩니다. 포렌식이란 증거를 수집·분석 또는 보관하는데 필요한 기술 또는 절차를 말합니다. 디지털 포렌식이라면 디지털 증거를 다룰 때의 절차지요. 포렌식 장비의 주요 핵심 기능은 ‘이미지 추출’입니다. 이를 ‘이미징’이라 합니다.

가령 확장자명이 HWP 형식인 한글 파일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검찰이 이를 압수수색하는 건 이 파일을 복사하는 게 아닙니다. 이 파일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동일한 비트열 방식으로 복제해 생성한 파일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사진 찍기 같은 개념입니다. 법원에서 요구하는 무결성과 동일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파일을 복사하는 순간, 그 파일의 증거능력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절차 때문에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대검 예규에는 ‘압수 대상이 정보저장 매체 등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압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해당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수많은 디지털 파일을 놓고 압수수색 과정에 참관인으로 들어간 변호사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대상을 놓고 씨름을 벌이게 됩니다.

다만 범위를 정하기 어려워 압수수색의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는 전체 압수수색이 가능합니다. 피압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도 전부 압수수색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압수된 증거물들은 검찰 디지털수사통합 업무관리시스템에 등록됩니다. 이후 주임검사가 폐기요청을 하면 해당 디지털 증거는 폐기됩니다.

과거에는 검찰이 들이닥치면 당황한 나머지 혐의와 관련 없는 자료까지 모두 넘기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업들도 압수수색을 자주 당하면서 대응 체계가 나름 잡혀간다는 게 현직 검찰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혐의를 넓게 해석하고 자료를 방대하게 가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압수수색은 검찰의 대표적인 강제수사 방식인 만큼 핀셋으로 콕콕 집어내는 듯한 정밀하고 적법한 관행이 자리잡혀야 겠지요. (끝)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