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희망퇴직 '칼바람'…뽑는 만큼 내보낸다

입력 2018-12-19 08:18
수정 2018-12-19 09:01

연말연시 은행권에 불어오는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다. 디지털금융이 뿌리 내리면서 빨라진 모바일뱅킹 속도만큼이나 은행원들의 은퇴 시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내년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 직원과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총 61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는데, 이 중 597명이 퇴직대상자로 확정됐다.

농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79명, 2015년 344명이 희망퇴직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410명, 534명이 회사를 떠났다.

올해 초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마무리되면 임금피크제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 국민은행은 400여명, 신한은행 700여명, 우리은행은 1100여명의 임직원들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KEB하나은행도 올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해 274명의 직원들이 나갔다.

지방은행들도 희망퇴직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은 이달 희망퇴직 신청을 진행해 각각 100여명의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기로 했다. BNK경남은행(30명), JB전북은행(30명), JB광주은행(51명)을 합하면 지방은행에서만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올해 말 짐을 싼다.

이처럼 은행들이 희망퇴직에 적극 나선 이유는 은행 업무 전면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 은행권의 비대면 채널이 빠르게 강화됐고, 디지털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영업점 통폐합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희망퇴직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희망퇴직을 늘려서라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달라 독려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입행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정부 기조에 화답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하반기 채용 규모는 2300명이 넘었다. 지난해 하반기(1750)보다 550명 많은 숫자다.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등 지방은행들도 하반기에 작년보다 채용인원을 100명가량 늘린 470명을 뽑기로 했다.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인원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은행권을 두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비판도 따른다. 은행업계는 변화하는 영업환경과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희망퇴직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업무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면서 은행은 인력과 점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청년 채용을 늘리고, 은행권에 만연한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