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호 감독 "'마약왕' 모두가 미워하거나, 모두가 좋아하거나" (인터뷰)

입력 2018-12-18 15:24
수정 2018-12-18 17:13

우민호 감독이 영화 '마약왕'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우민호 감독은 두 장의 판넬을 들고 브리핑을 하듯 열정적으로 설명을 쏟아냈다. 그는 "이 사진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왕’은 1970년대 하급밀수업자이던 이두삼(송강호 분)이 필로폰을 제조, 일본에 수출해 마약업계 거물이 됐다가 몰락하는 과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쫓는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약물과 폭력 묘사 수위는 높은 편이지만, 한 인간의 흥망성쇠와 폭넓은 감정 진폭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한국 마약사범들의 이야기를 이두삼 하나로 엮었다. 우민호 감독이 '증거'(?)로 보여 준 인물인 이황순도 소재가 됐다. 이황순은 1980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머물던 별장에서 수사진과 대치를 벌이고 사냥용 총을 쏘면서 4마리 맹견을 풀어 저항했다. 그는 실제로 히로뽕 중독자로 알려졌다. '마약왕' 속 이두삼의 설정과 100% 일치한다.

우 감독은 "실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충실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을 보고선 마약 제조 공장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마약왕'의 자택의 마당에 장미꽃도 심었다. 영화에서처럼 8명의 형사가 수갑만 가지고 들어갔다가, 총을 쏘는 바람에 나왔고 경찰 특공대 35명이 총격전 끝에 검거하는 지점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익숙하고 전형적인 방식으로, 대결에 의해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릴 수도 있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자멸해가는 이야기 하고 싶었다"면서 "헛된 욕망을 쫓다가, 성안에 갇히는 리어왕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 감독의 말처럼 이두삼의 말로엔 아무도 없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없고, 돈도 많지만 쓸 곳이 없고, 집안에만 갇혀 있다. 그런 모습을 미친 리어왕같은 연극처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약왕'이라는 제목 처럼 영화는 마약, 히로뽕을 제조, 판매하는 사회 악에 대한 이야기다. 워낙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배우 송강호가 '마약왕' 이두삼으로 분하는 탓에 사회적으로 비판받아야 하는 이야기에 관객이 연민을 가지게 될까하는 걱정도 있었다. 때문에 우 감독은 작중 인물과 관객과의 거리를 중시했다.

그는 "밸런스를 잘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연민의 시선을 유지는 하되 적정 거리감을 계속 두려고 했다. 관객이 그 인물에 빨려들어가면 그건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인물과 나와의 거리감이 좁았다 멀어지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왜, 하필, 1970년대를 그렸을까. 우민호 감독은 "희망차게 경제발전 하며 항쟁도 하고, 독재는 심해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총 맞아 쓰러지는 격동의 시대였다. 마약왕이 되고 자멸하는 부분도 뗄 수 없었고, 같은 궤적으로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시대상에 대해 우 감독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캐릭터 뒤로 흐르는 TV 화면 속에 박정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었다. "적극적으로 시대상을 드러냈다면 '내부자들'이 됐을 것이다. 은유적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면도 나오는데, 특별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이두삼에 대해 "모두가 미워하고, 모두가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조정석의 내래이션이 흐른다. 우 감독은 "1970년이 제겐 그렇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때로는 모든 게 좋다가 때로는 싫을 때도 있지 않나. 이 영화도 모두가 미워하고 모두가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많은 영화가 100%의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자기 취향에 안맞으면 재미 없게 본다. 허술한 면이 있더라도, 자기 취향에 잘 맞으면 좋아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마약왕’은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조우진, 김소진, 김대명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캐릭터 향연을 펼친다. 총제작비는 165억원으로 400만명 이상 관람해야 제작비를 회수한다. 오는 19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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