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파트에서 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 A씨가 BMW 520d 차주 B씨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주차 신경전의 시작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습적으로 주차구획선을 넘어서 주차하는 B씨를 응징하기 위해 A씨는 좁은 틈새에 주차를 한 후 이를 고발하는 글을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렸다.
다음날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자신의 차 옆으로 어떤 차도 주차를 못할 줄 알았던 남성운전자 B씨는 운전석 문을 가로막은 A씨의 차량을 보고 욕설과 함께 조수석으로 진입해 차를 빼 이동했다.
하지만 B씨의 무개념 주차는 이후로도 계속됐다고 한다.
지난 12월 초 A씨는 같은 식으로 주차해 놓은 B씨의 차량 옆으로 역시 주차를 성공시켰다.
이번엔 B씨의 아내가 트렁크에 장바구니를 싣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옆 차가 주차선을 어긴 바람에 할 수 없이 주차한 게 아닌 것도 확인했다.
A씨는 B씨의 BMW520d 차량이 또다시 주차선을 넘어 주차하자 이번엔 종이에 "주차를 똑바로 하라"라고 적어 바닥에 붙여두고 관리사무소에 신고도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차를 매번 두 칸씩 고의로 주차하고 전화번호도 없다. 상식적으로 살아야지, 그깟 520d보다 두 배 세 배 가격의 차주들도, 더 큰 차 차주들도 똑바로 주차하는데 저따위로 하는거면 고의가 아니면 운전미숙 아니냐. 같은 입주민인데 본인만 편하자고 저렇게 두 칸씩 주차하는데 다른 주민들은 바보라서 서로 배려하는 것이냐. 저럴 거면 두 대의 주차비 받아라"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를 통한 B씨의 해명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큰 유모차를 트렁크에서 꺼내느라 옆 차에 흠집이 날까봐 그렇게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블랙박스 영상이 여러 개 있지만 유모차 꺼내는 건 한 번도 못 봤고 유모차를 꺼내야 했다면 먼저 뺀 후 주차하면 되는 것 아닌가. 트렁크에서 유모차 꺼내는 데 왜 옆차에 흠집이 나는지도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A씨의 민폐 주차 강력 대응에 대해 네티즌들은 "글쓴이 주차 잘 한다. 난 겁나서 저렇게 못 붙인다", "저런 차주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잠깐 5분 대 놓는 거라도 내가 신경 쓰여서 저렇게는 못 댈 거 같은데", "주차장 라인이 차에 비해 작은 것도 문제다. 하지만 자신의 차가 너무 소중해서 문콕을 막겠다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차들이 많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행법상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법의 사각지대다. 백화점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다른 차를 가로막거나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해도 견인이나 교통법규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자발적인 규제 준수가 요구된다.
※[아차車]는 차량이나 불법주차 등 다양한 운전자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아차車]에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