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최초]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 ②
2018년 폐업4272개 역대 최다
최근 10년, 편의점 절반 '폐업'
코 앞 경쟁점, 본사 '상도덕' 어디?
이래저래 분통 터지는 점주들
<hr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 ①편
[단독] 겨우 16m…전국 2000개 편의점 이미 거리 위반, 150m 내 5곳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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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래빗은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① 기사에서 이미 2000곳 이상이 거리 제한을 위반한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거리 150m 이내엔 2373곳, 100m 내엔 1258곳이 밀집해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편의점은 이미 살인적 경쟁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2018년 11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습니다. 편의점 사이의 최소 거리 확보로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게 규약의 핵심입니다. 최소 거리는 지역과 상권마다 다른데 보통 50~100m로 정해집니다. 기준은 '도보 최소 이동 거리'입니다.
자율규약 대상은 대한민국 대표 편의점 5곳.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소속된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그리고 협회 소속은 아니지만 이마트24가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며 자율규약에 동참했습니다.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의 핵심은 상권 보호입니다. 점주의 수익을 보장하고 폐업을 막는 역할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편의점이 생겨나고 사라지길래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우려에도 불구하고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걸까요?
뉴스래빗이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② 편에서 편의점의 폐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6곳의 연도별 개·폐업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각 편의점 본사 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 기반 폐업 수는 공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명의 변경 건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편의점을 유지하더라도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명의 변경입니다. 편의점은 그대로 있지만 점주가 바뀐 셈입니다. 본사 입장에선 폐업은 아니지만 점주 입장에선 폐업을 한거죠.
뉴스래빗은 명의 변경 건 까지 포함한 전국 편의점 폐업 데이터를 언론 최초로 뽑아냈습니다. 편의점 폐업 '10년 잔혹사'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 대상입니다. 데이터는 2018년 8월 31일 최종 갱신됐습니다.
다양한 업종 중 '담배소매업'으로 분류된 가게를 먼저 내려받았습니다. 그중 'GS25', 'CU' 등 편의점 이름으로 자율규약 대상 편의점 여섯 종류를 추려냈습니다. 카카오 API를 사용해 주소 데이터를 위·경도로 변환했습니다. 변환한 위·경도를 이용해 모든 편의점 사이의 도보 거리를 구했습니다. 도보 거리 계산은 네이버 지도를 활용했습니다.
편의점 개업연도는 편의점 '인허가일자'로 분석했습니다. 인허가일자는 서류상으로 편의점이 영업을 시작한 날짜입니다. 폐업 편의점에는 LG25, 훼밀리마트, 바이더웨이, 대상유통, 위드미가 포함됐습니다. 각각 현재의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에 합병된 옛 가맹점입니다. 점포의 명의를 변경하며 인허가를 다시 받은 경우도 개업 및 폐업에 포함됐습니다. 10년이 더 지난 데이터는 개폐업 기재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해 2008년 1월 1일부터 2018년까지 8월 31일까지 약 10년 동안 개·폐업한 점포를 분석했습니다.
10년 새 편의점 절반이 '폐업'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만1639곳의 편의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같은 기간 개업한 점포는 모두 6만3048곳입니다. 개업 수 대비 무려 50.2%의 편의점이 폐업했습니다. 절반이 넘습니다.
업체별로는 GS25 1만1361곳, CU 1만97곳, 세븐일레븐 5844곳, 미니스톱 3273곳, 이마트24 916곳, 씨스페이스 148곳이 폐업했습니다. 개업한 점포 수 대비 폐업 점포 수 비율은 미니스톱이 65.1%로 가장 높습니다. 10년 동안 5028곳의 점포가 개업하고 3273곳이 폐업했습니다. 그 뒤를 GS25(53.4%), CU(51.8%), 씨스페이스(49.5%), 세븐일레븐(45.5%), 이마트24(22.3%)가 따릅니다.
2018년 폐업 역대 최다
폐업률 62.6%
연도별 폐업수를 보면 2018년 4272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뉴스래빗 조사 기간 중 최대 폐업 입니다. 2008년 1830개였던 편의점 폐업은 2011년 2179개로 연간 폐업 2000곳을 넘어섰습니다. 이어 2013년 처음 연간 3000곳 폐업을 넘더니 올해 처음 4000곳을 넘어섰습니다. 이마저도 2018년 8월까지 데이터 분석치입니다. 2018년 12월 말까지 신규 데이터를 더한다면 폐업 편의점 수는 4272곳을 훌쩍 넘어설듯 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도별 폐업 점포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3년에는 CU의 폐업 점포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같은 해 3월부터 5월까지 세 명의 CU편의점주가 자살하면서 저수익 점포에 대해 위약금 없이 사업을 접을 수 있도록 '저수익 점포 정리 프로그램'을 시행했기 때문이죠. CU는 2013년 내내 두 자리 수 폐업 점포 수를 유지하다가 6~9월 동안 세 자리의 폐업 점포 수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폐업수만 따지면 안됩니다. 개업이 많으면 폐업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은 '개업 대비 폐업 점포 수 비율'도 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2018년은 역대 세 번째로 폐업률이 높았습니다. 2013년 74.8%, 2014년 63.8%에 이어 2018년 62.6%입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폐업률 45~47%와 비교하면 2018년 폐업률이 크게 오른 셈입니다.
본사 상도덕은 어디?
코 앞 '경쟁 출점'
최근 10년 동안 편의점 폐업률은 45~75%로 높았지마 가맹 본사는 점주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듯 보입니다. 같은 가맹점끼리 근접 출점시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죠.
150m 이내에 같은 편의점이 위치한 점포 지도입니다. 업체별로는 GS25가 201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CU 97곳, 세븐일레븐 76곳, 미니스톱 32곳, 씨스페이스 2곳이 뒤를 잇습니다. 이마트24는 한 곳도 없습니다.
거리가 가까운 동일 경쟁 가맹점을 지도에 표시해봤습니다. 심지어 반경 54m 내에 세 곳의 세븐일레븐이 입점한 지역도 있습니다.
최근 10년 편의점 폐업률 50.2%가 과연 우연일까요? 아래의 지도를 보면 단순히 경기가 안 좋고 단순히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가 망했다고 말하기도 다소 어려워 보입니다. 150m 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본사가 동일브랜드 편의점을 경쟁 출점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만큼 '제살 깎기' 식 출혈 경쟁이 빈번했다는 뜻입니다.
'1년 버티기도 어렵다'
생존 가장 힘든 편의점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폐업한 편의점의 평균 영업 기간은 1026일입니다. 2년 10개월이 채 안 됩니다. 가맹점 계약 기간이 보통 5년인 사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 안에 모두 계약을 해지한 셈입니다.
폐업 편의점의 평균 영업 기간이 가장 짧은 가맹점은 630일을 기록한 이마트24입니다. 씨스페이스(957일), GS25(968일), CU(1034일), 미니스톱(1087일), 세븐일레븐(1173일) 순서로 뒤를 따릅니다.
영업 기간이 짧다는 말은 금방 망했다는 말과 같습니다. 영업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편의점도 많습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개업한 편의점 중 1년도 버티지 못한 편의점 비율을 가맹별로 공개합니다.
이래저래 분통 터지는
편의점 점주들
'편의점 거리 분석' 기사가 보도된 뒤 어느 미니스톱 가맹점주로부터 제보를 받았습니다.
최근 미니스톱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을 점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업주는 "2500개 가맹점주 및 본사직원들을 끝까지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로 생각하고, 이들을 눈 멀고 귀 닫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굴욕적인 형태의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① 편 기사가 공개된 뒤 일부 편의점 본사엔 피해 점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전국 브랜드별 근접 출점 정보를 처음 접한 점주들이 본사에 분통을 터뜨린 겁니다.
뉴스래빗이 '[언론 최초] 전국 4만곳 편의점 거리 분석'을 통해 밝힌 점은 단순합니다. 편의점마다 주요 번화가에 편의점을 다수 내면서 오히려 점주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본사가 동일 브랜드 편의점마다 경쟁 출점하면서 '제살 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까지 어이졌습니다. 그 사이 편의점 폐업은 2018년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편의점 출점 거리 자율 규약도 좋지만 이제라도 편의점 본사가 점주들을 살인적 경쟁으로 내몰지 말고, 최악 폐업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믿을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hr />PS. 뉴스래빗은 전국 편의점 근접 출점 실상에 대해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아래 뉴스래빗 페이스북 메시지로 많은 제보 참여 부탁드립니다 !.!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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