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서는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오직 이윤만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내년 1월1일자로 그룹 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전격 선언해 화제가 되었다. 이 회장은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앞으로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맛을 볼 준비가 돼 있으며 마음대로 안 돼도 상관없는 망할 권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예순두 살인 이 회장은 왜 이렇게 선언했을까. 마흔 살에 아버지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아 그룹을 이끌어오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까. 이 회장은 “사람들은 저를 보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의 단맛’ ‘망할 권리’라는 이 회장의 말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던 게 아닐까.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6·25전쟁 후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던 원동력 중의 하나가 기업가정신인데, 선진국 문턱을 막 넘어선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이런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기업가정신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이라고들 말한다. 세계적인 그룹이 된 삼성의 시작은 대구의 삼성상회였다.
성공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혁신과 도전이다. 그런데 혁신과 도전에는 언제나 ‘실패’라는 위험이 따른다. 그 위험이 두려운 사람들은 창업도 혁신도 시작할 수 없다. 청년실업이 사상 최대라는 데도 대부분 사람이 창업보다 취업에 목을 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 즉 안전망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성공한 기업가들은 평균 2.8회의 창업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평균 1.8의 실패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서는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오직 이윤만을 창출하기 위한 집단이 아니다. 작은 식당이든, 큰 회사든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며, 이익 분배와 나눔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그런데도 기업과 기업인을 이윤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 착취자로 몰아붙이는 ‘반기업 정서’가 지금처럼 팽배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서보산 생글기자 (성보고 1년) bosani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