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한파에 떨고있는 금융권
[ 안상미 기자 ] 은행권도 연말을 맞아 잇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이달에만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1000여 명이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예상하지만 비(非)대면 채널 확산에 따른 점포 통폐합과 청년층 일자리 확대, 내년도 경영 악화 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164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부산, 대구, 경남, 광주, 전북 등 지방은행들도 연말까지 희망퇴직을 통해 315명이 짐을 싼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1962년생)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신청자 610명 가운데 지난 14일 597명을 퇴직대상자로 확정됐다.
국민 등 시중은행들도 임금단체협약을 마치고 내년 초 희망퇴직에 나설 경우 연말연시 2000명 넘는 인력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연말 임단협을 마무리한 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위주로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연장 관련 노사 간 협상이 끝나면 희망퇴직 공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도 올 연말께 노사 합의에 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다른 금융업계와 달리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면서도 희망퇴직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비대면 영업 채널 확산에 따라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을 확대해서라도 청년층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정부 요구에 부응해 6개 주요 은행은 올해만 3610명을 신규 채용했다. 작년 채용 규모(2748명)보다 31.3%(862명) 증가했다. 하지만 점포 수는 2016년 말 5582개에서 올 9월 말 현재 5378개로 감소추세라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희망퇴직 대상자도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뿐 아니라 만 40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추고, 전 직급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 침체,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이 좋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