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메이·EU정상, 신경전…"의회, 더 원해"vs"더 줘도 부족하다 할 것"

입력 2018-12-15 06:44
수정 2019-01-14 00:30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EU 정상회의 이틀째 회의가 열린 14일에도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다룬 브렉시트 합의문 수정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전날 EU 정상회의 공식 석상에서의 설전과 달리 이날은 언론전을 펼쳤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 정상들이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논란이 되는 아일랜드 국경의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하면서도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받기 위해선 EU가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며 EU 측을 더 압박했다.

반면에 EU 측은 영국 의회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메이 총리를 도울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영국 측에 아무리 양보해도 영국 의회는 충분하지 않다고 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합의문을 뜯어고치는 재협상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 이틀째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다른 회원국 정상들을 잇달아 면담, 각개격파식으로 영국의 입장을 전하며 설득전을 펼쳤다.

메이 총리는 이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EU 지도자들이 공동성명에서 "'안전장치'가 가동되더라도 일시적으로 적용할 것이며, 신속하게 이를 대체할 협정을 맺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소개한 뒤 "정상회의 결정문은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을 가진다"며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도 영국 의회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 뒤 "오늘 동료인 EU 정상들과의 협의를 통해 앞으로 (브렉시트 합의 내용에 대한) 명확화와 추가 논의가 가능하리라는 것이 사실상 입증됐다"며 "앞으로 며칠 이내에 협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메이 총리를 도울 것이라면서도 EU가 도울 수 있는 한계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레오 바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많은 총리가 제기한 문제 중의 하나는 우리가 메이 총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더라도 그것이 충분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면서 "충분하지 않다면 그걸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회의장 주변에서 메이 총리와 열띤 논의를 벌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융커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폐막 공동기자회견에서 "영국 하원에 EU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다"면서 "격앙된 열기를 식혀야 한다"며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안전장치가 영원히 지속하기를 EU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영국 측에 입증하기 위해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나는 영국 의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EU)가 할 수 있는 것은 안전장치에 대해 표현된 환상이나 오해를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안전장치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는 메이 총리에 도움이 되길 바라지만 브렉시트 합의문은 지금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영국에 확신을 주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는 메이 총리가 입장을 내놓을 때"라고 요구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나는 EU로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연장하도록 위임받지 않았다"며 "우리는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어떤 종류의 협상 재개도 배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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